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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김종민·황희…무리하게 감싸다 '추미애 X맨' 된 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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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병역 특혜 논란이 내부고발자 공격으로 번졌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서모(27)씨 군 휴가 특혜 의혹 제보자를 향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개 저격 때문이다. 황 의원은 의혹을 제보한 당시 당직 사병의 실명을 공개하며 “A○○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12일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진영 논리에 파묻혀 국민 분노 지점, 역린(逆鱗) 자극을 이어가고 있다”(여권 인사)는 얘기가 나온다.

무리한 방어 논리 

그간 민주당 의원들은 추 장관과 아들 방어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국민 감정을 여러 차례 자극했다.

지난 1일 설훈 의원은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서 일병은 군에 가기 전 무릎 수술을 해서 군에 안 갈 수 있는 조건인데도 어머니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내가 안 가도 되지만 가야 되겠다’고 결정해 군에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가지고 무슨 위원회를 새로 만든다는 이야기는 지나친 정치적 공세다. 군에 안 갈 수 있는 사람인데도 군에 갔다는 사실 자체가 상찬(상주고 칭찬)되진 못할 망정”이라고도 했다.

설 의원의 엄호 다음날(2일)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A대령’이라고 공개한 부대 장교 녹취록은 이번 의혹의 기폭제가 됐다. “왜 추미애 보좌관님이 굳이 이걸(병가 연장 문의)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A대령)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형석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형석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이틀 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종민 최고위원은 “정치공세가 계속되는 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을 괴롭히는 것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군대에 (자녀를) 보낸 모든 어머니를 괴롭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풍 부채질한 열흘 

추 장관을 감싸려다 삐끗한 민주당 의원들의 헛발질은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정청래 의원의 김치찌개 비유가 그 예다. 정 의원은 8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아들과 보좌관이 친하니까 엄마가 아니라 보좌관 형한테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물어봤다는 것”이라며 “식당 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을 빨리 달라고 하면 이게 청탁이냐 민원이냐.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단순 민원일 뿐, 청탁이 아니라는 논리는 계속 이어졌다. 장경태 의원은 10일 YTN 라디오에 나와 “군대 행정에 대한 부분들을 문의하고, 확인하는 과정 자체를 청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아예 연락을 두절하고,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단절하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서씨를 감쌌다. “누락돼 있는 휴가 기록에 대해 왜 사병이 입증해야 하냐”라고도 했다.

논란 부른 민주당의 추 옹호 발언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논란 부른 민주당의 추 옹호 발언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민주당 법률위 부위원장이자 서씨 변호를 맡은 현근택 변호사는 8일 “카투사는 주한 미 육군 규정이 우선 적용된다”며 “일부 언론이 육군 규정을 문제 삼고 있다. 잘못된 법 해석”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카투사 병사 역시) 육군 병사와 동일하게 육군 120 병영생활규정을 적용한다”며 이를 공개 반박했다.

우상호 의원이 9일 던진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 논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도 역풍을 불러왔다. “카투사에서 휴가를 갔냐 안 갔냐, 보직을 이동하느냐 안 하느냐는 아무 의미가 없다. 카투사는 시험을 쳐서 들어간 것이고 근무 환경이 어디든 비슷하기 때문에 몇백만 명의 현역 출신들이 분노하지 않는 거다.”(우 의원) 이날 전·현직 카투사가 모인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카투사 명예를 훼손한 저열한 발언”이라는 성명이 올라왔고 우 의원은 공식 사과로 사태를 수습했다.

진영 싸움 무리수

제보자 A씨를 일컬어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먹었다”라던 황 의원도 논란이 확산하자 페이스북 글을 일부 고쳤다. 10여 차례 언급했던 당직 사병 실명을 모두 ‘A 병장’으로 바꾸고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 “공범 세력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범죄 암시 표현을 ‘단순제보’, ‘정치 공작세력’ 등으로 순화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설훈·황희 의원이 11일 당 유튜브 채널 '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복무와 관련해 '추미애 장관 아들 특혜? 팩트나 알고 말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유튜브 캡처

더불어민주당 김종민·설훈·황희 의원이 11일 당 유튜브 채널 '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복무와 관련해 '추미애 장관 아들 특혜? 팩트나 알고 말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유튜브 캡처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명백히 저촉된다”(박대출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 한 사람, 그것도 20대 청년에게 ‘단독범’이라는 말을 쓰다니 제정신인가. 국민이 범죄자라는 말인가”(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등의 비난 여론을 인식한 조치다. 황 의원은 그러면서 고친 글 아래 “실명 공개는 제가 안 했다. 허위사실로 추 장관 공격할 때 TV조선이 (실명공개를) 했다”, “이미 (당직 사병 실명은) 언론에 다 공개된 사항”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추 장관을 비호하려다 되레 논란만 키운 민주당 의원들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거대 여당이 됐는데도 야당 시절 진영 싸움 버릇에 매몰돼있다”(전직 의원)는 지적이 나온다. 열성 지지자 소환이 만사라는 인식에 국민 일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수를 둔다는 것이다. “이번 공격은 국민의힘 당에 군대를 안 다녀오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해 체면을 구긴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중앙선관위와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21대 국회 남성 의원 중 병역 미이행자 비율은 민주당 23%, 국민의힘 14.3%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3일 “(민주당은) 그냥 공격이 아니라 저격과 좌표찍기를 하고 있다”며 “고위 공직자의 거짓말, 이중잣대, 내로남불 등에 이어 권력자 집단이 국민을 직접 공격해 더 큰 파문이 예상된다”고 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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