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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규정 적용해도 추미애 아들 휴가 미복귀는 규정 위반" [팩트체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휴가 특혜 의혹에 휩싸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27)씨를 두고 여야의 군 규정 해석 다툼이 첨예하다. 서씨 측은 휴가 처리 과정의 적법성을 주장하며 카투사에 관한 내용이 담긴 ‘주한 미 육군 규정 600-2(AR600-2)’를 여러 근거 중 하나로 든다. 반면 국민의힘 등 야권에선 ‘AR600-2’보다 한국 육군규정 120(육규120)에 무게를 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카투사(KATUSA·Korean Augmentation To the United States Army)는 영문 풀이 그대로 미 육군에 증원된 한국인이다. 미측에선 ‘미 육군에서 근무하는 한국 육군 요원’으로 정의한다. 미 육군에서 복무하지만, 본질은 한국 육군이란 뜻이다. 그러나 서씨 측 현근택 변호사는 ▶카투사엔 육규120보다 ‘AR600-2’이 우선 적용돼서 ▶휴가 규정도 ‘AR600-2’를 따라야 하고 ▶휴가 관련 서류 역시 ‘AR600-2’에 따라 1년만 보관하면 된다는 논리를 편다. ‘AR600-2’와 예비역 카투사의 증언을 바탕으로 현 변호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짚어봤다.

2016년 6월 6일 제61회 현충일을 맞아 미8군 제2보병사단과사단법인 대한민국카투사연합회가 함께 부산 남구 UN기념공원에서 '낙동강 전투 전승 기념행사 및 카투사 전몰용사 추모제'를 개최했다. 행사에 참가한 시어도어 마틴 당시 주한미군 2사단장(소장·왼쪽)이 참배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6년 6월 6일 제61회 현충일을 맞아 미8군 제2보병사단과사단법인 대한민국카투사연합회가 함께 부산 남구 UN기념공원에서 '낙동강 전투 전승 기념행사 및 카투사 전몰용사 추모제'를 개최했다. 행사에 참가한 시어도어 마틴 당시 주한미군 2사단장(소장·왼쪽)이 참배하고 있다. [중앙포토]

‘AR600-2’는 카투사 복무규정인가.
‘AR600-2’의 목적은 카투사의 복무규율을 수립하는 게 아니라, 미군이 카투사를 어떻게 관리·훈련·지원해야 하는지를 규정하는 데 있다. 이 규정의 적용 대상, 즉 규정을 지켜야 하는 수범자는 카투사의 지원을 받는 주한 미 육군이다.
이 규정은 한국군 규정보다 우선 적용되나.
‘AR600-2’ 에는 “본 규정의 방침 및 절차는 주한 미 육군사령부에 예속·배속된 한국 육군 요원에 관한 어떠한 방침 또는 예규에 우선한다(The policies and procedures contained in this regulation take precedence over any other policy or standing operating procedure concerning ROKA personnel assigned/attached to Army in Korea)”는 조항이 있다. 이 규정은 카투사 관리에 관한 한 미군 규정 중 ‘AR600-2’가 우선 적용된다는 의미다. 한국 육군 규정과의 우열을 정한 게 아니다. “카투사는 미 육군부대에 예속되어 있으나 미군은 아니다(KATUSA Soldiers are assigned to U.S. Army units. However, they are not members of the armed forces of the U.S.)”라고 밝히고 있어 카투사는 한국군 복무규율을 따라야 한다고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다.

주한미육군규정(Army Regulation)600-2 발췌. [자료 주한미8군]

주한미육군규정(Army Regulation)600-2 발췌. [자료 주한미8군]

카투사는 이 규정을 안 지켜도 되나.
준수해야 한다. 카투사는 기본적으로 미측 지휘계통을 따른다. 그러나“행정 관리 및 군기 유지는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에 의해 수립된 행정계통을 따른다(the administrative management and discipline of ROKA personnel assigned or attached to U.S. Army units are performed through ROKA administrative channels as established by the Commander, ROKA Support Group).” 여기엔 ▶인사기록 관리 ▶보고서 제출 ▶정훈교육 ▶휴가제도 관리 ▶진급 및 평정 관리 ▶급여 관리 ▶징계위원회 소집 및 처벌 등이 포함된다.한국군지원단은한국 육군 인사사령부 산하 부대다.
카투사의 휴가는 한국 육군 규정을 따르나.
그렇다. 한국군지원단 예규 5조에는 “휴가의 실시 기간 및 그 사유는 ‘육규 120 병영생활규정’을 따른다”고 돼 있다.
서씨 측은 ‘AR600-2’에도 카투사 휴가 규정이 나와 있기 때문에 “둘 다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틀린 해석은 아니다. 다만, 휴가 규정은 육규120과 거의 동일해 사실상 의미가 없다. 주한 미8군 관계자는 “미군은 카투사의 휴가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모든 건 한국군에서 처리한다”고 말했다.
주한미육군규정(Army Regulation)600-2 발췌. [자료 주한미8군]

주한미육군규정(Army Regulation)600-2 발췌. [자료 주한미8군]

서씨 측은 “한국군 규정과 비슷하다고 해서 ‘AR600-2’이 적용되지 않고 한국군 규정만 적용된다고 하는 것은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한다.
휴가 관련 규정에서 육규120에는 없고 ‘AR600-2’에는 있는 내용은 “‘가족 모임과 개인사’의 경우 최대 7일까지 청원휴가를 요청할 수 있다” 정도다. 여기에는 “그 휴가는 정기휴가 날짜에서 차감된다(that are deducted from his ordinary leaves)”는 말이 덧붙어 있다. 카투사가 ‘가족 모임과 개인사’ 등의 이유로 쓰는 휴가는 청원휴가가 아니라 정기휴가란 뜻이다.
‘AR600-2’에 따르면 휴가 관련 서류의 보관 연한이 1년이라는 게 서씨 측의 주장이다.
‘AR600-2’에 “각 부대는 휴가 관리일지를 1년간 보관한다(Units will maintain a control log of KATUSA Soldier leaves on file for a period of one year)”고 돼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각 부대(units)는 미군을 의미한다. 관리일지(control log)는 병사가 제출하는 휴가 신청에 필요한 서류가 아니라, 미측이 휴가 기간이나 인원 등을 적어 관리하는 파일을 뜻한다.
카투사의 휴가 관련 서류는 누가 얼마나 보관하나.
‘AR600-2’에는 “청원휴가를 필요로 하는 한국 육군 요원 및 카투사는 소속 한국 육군 인사과에 구비서류를 제출해야 한다(ROKA personnel and KATUSA Soldiers who need compassionate leave must submit required documents to his supporting ROKA Staff Office)”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 육규120에 따르면 5년간 보관해야 한다.

2017년 10월 16일 경기도 의정부 시내 미군기지인 캠프 레드클라우드(Camp Red Cloud)에서 열린 미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조형물 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동상을 덮었던 천을 벗기고 있다. [사진 경기도북부청]

2017년 10월 16일 경기도 의정부 시내 미군기지인 캠프 레드클라우드(Camp Red Cloud)에서 열린 미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조형물 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동상을 덮었던 천을 벗기고 있다. [사진 경기도북부청]

구두로 휴가를 연장하는 건 ‘AR600-2’도 허용하나.
‘AR600-2’에는 휴가 연장과 관련한 규정이 없다. “카투사는 모든 외출·외박이나 휴가의 경우, 한국 육군 인원점검 집합이 행해지는 복귀일 오후 9시까지 막사에 복귀해야 하고 휴가증을 소지해야 한다(For both passes and leaves, KATUSA Soldiers must be in their barracks by daily night time ROKA required headcount formation hours(normally 2100 hours) on the day of return, and must have their approved pass/leave form in their possession)”는 규정은 있다. 정식 휴가 연장 전에 서씨의 휴가 미복귀 사실을 인지했다는 당시 당직병 현모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서씨는 미 육군 규정도 위반한 셈이다. 바뀐 휴가증도 소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카투사는 일반 육군보다 휴가 사용이 자유롭다는데.
대개 카투사 병영생활이 편하다고 하는 건 외출·외박 인가권이 미군에 있어, 한국군보다 병사의 부대 출입이 자유로워서다. 휴가에 대한 일체의 사항은 한국 육군과 같다. 미측에서 ‘AR600-2’에 따라 카투사에 휴가를 인가해도, 한측에서 인가하지 않으면 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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