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마일 총리' 정세균, 추미애 아들 의혹에 "민망하다"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JTBC뉴스룸에 나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휴가 특혜의혹과 관련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JTBC뉴스룸에 나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휴가 특혜의혹과 관련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민망한 생각을 갖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오후 JTBC뉴스룸에서 꺼낸 발언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씨의 군 복무 시절 휴가 특혜 의혹과 관련한 질의에서다. 정 총리의 이날 발언은 정부 고위인사 가운데 처음으로 나온 터라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정 총리의 유감표명으로 풀이 

‘민망하다’ 발언의 배경은 뭘까.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감한 ‘공정+병역’ 문제에 대한 정 총리의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현재 SNS상에서는 추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논란을 비꼰 ‘엄마 찬스’라는 표현이 번진 상태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한다. 더욱이 병역 문제는 ‘국민 역린’(2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으로 불릴 만큼 예민한 사안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주요 현안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주요 현안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각한 표정의 '스마일 총리' 

정 총리는 10일 JTBC뉴스룸에서 휴가 특혜 논란이 공정과 관련한 문제가 아니냐는 취지의 앵커 질의에 “지금 그 문제를 젊은이들이 걱정한다고 한다”면서 “그래서 (인터뷰 서두에) 이 문제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걱정을 끼쳐서야 되겠나 그런 말씀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일 총리’라는 별명을 가진 정 총리지만 공정과 관련해서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정 총리는 그간 정치 행보를 살펴보면, 공정과 청년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정 총리는 국회의장 시절인 2017년 전남대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20대 국회과제로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을 꼽을 정도였다. 목요대화에 청년을 초청하는 등 소통을 넓히고 있는 게 정 총리이기도 하다.

총리실 측 "확대해석 경계" 

하지만 총리실은 확대해석을 잔뜩 경계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여론 악화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현재는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총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월 해당 특혜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지만 8개월 동안 결론 내지못하고 있다.

또 다른 총리실 관계자도 “진척이 안 되는 수사를 빨리 진행하라고 한 게 발언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대정부 질문 자료사진. 연합뉴스

대정부 질문 자료사진. 연합뉴스

대정부 질문 이후 여론추이는 

14일부터 나흘간 국회 대정부 질문이 진행된다. 야당은 추 장관 아들 특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앞으로의 여론 추이가 주목된다. 현재 지지정당이 없다고 밝힌 무당(無黨)층에서의 여론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 갤럽이 지난 8~1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이 조사에서 무당층 응답자의 경우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56%로 나타났다. 긍정평가는 29%였다. 부정평가가 커질수록 민주당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설훈·황희 의원이 11일 당 유튜브 채널 '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복무와 관련해 '추미애 장관 아들 특혜? 팩트나 알고 말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유튜브 캡처

더불어민주당 김종민·설훈·황희 의원이 11일 당 유튜브 채널 '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복무와 관련해 '추미애 장관 아들 특혜? 팩트나 알고 말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유튜브 캡처

감지된 민주당 내 기류변화 

여기에 정 총리의 10일 발언까지 전해지면서 민주당 내 기류도 변화했다고 한다. “정 총리 발언을 당이나 추 장관이 해야 했던 거 아니냐”는 불만이 솔솔 나오고 있다.

이밖에 정 총리는 10일 “(추 장관 아들 휴가 특혜 논란을) 검찰이 수사하지 않고 있다면 다른 방법으로 상황을 정리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검찰이 신속하게 수사를 종결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총리 발언 거취압박 해석도 

여기서 언급한 ‘다른 방법’을 사실상 추 장관의 거취압박으로 해석하는 민주당 내 시선도 일부 전해진다. 정가 관계자는 “여론이 더욱 악화하면 거취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이 사이 민주당 지도부가 추 장관 지원에 나서고 있다. 앞서 9일 이낙연 대표가 발언 자제령을 내렸지만, 11일에는 최고위원들이 화력을 보탰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해본 결과 거의 모든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가짜뉴스’라고 비난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