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럼프 취임 직후 '우리가 호구냐, 주한미군 빼' 명령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월 20일 취임식에서 퍼레이드 행렬에 경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월 20일 취임식에서 퍼레이드 행렬에 경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한미군을 빼라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는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에 "호구"가 됐다며 불평을 터뜨리기도 했다. 또 한국이 존재하는 건 미국이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했다.

밥 우드워드 신간 『격노』서 공개 #트럼프, 집권 초 "군대 빼라" 즉석 명령 #"한국, 우리가 방어해야 존재할 수 있어" #매티스 국방 "그건 미친 짓" 뜯어말려

미 일간지 USA투데이와 뉴욕타임스는 오는 15일 출간을 앞둔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의 신간 『격노(Rage)』을 사전 입수해 10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전 세계를 군사적으로 ‘보호’하는 의무를 지고 있는 상황에 불만이 큰 것으로 보인다. 우드워드에게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한국 등 다른 동맹에 “호구(sucker)”가 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트럼프가 동맹관계를 파탄 낼까 봐 행정부 고위 관료들은 늘 불안해했다고 한다. 우드워드는 “한 예로,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과 한국에서 미군 철수를 원했다”면서 “서두르는 움직임이 있었고, 즉석에서 “군대를 거기서 빼내(Get them out)!”라고 명령했다”고 썼다.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그건 미친 짓이며 위험하다”며 좌절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매티스 장관과 코츠 국장은 오래지 않아 사임하게 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관료들의 걱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에게 “내 장성들은 한 무리의 나약한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무역합의보다 동맹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고 비판했다고 우드워드는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9월 15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모인 미군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9월 15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모인 미군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트럼프 불만의 바탕에는 미국은 한국을 보호하느라 큰돈을 쓰는 사이, 한국은 미국에 수출을 늘려 잘살게 됐다는 인식이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는 '미국을 벗겨 먹는다'고 표현했다.

그는 우드워드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는데, 그들은 TV와 선박, 그 밖의 모든 것으로 거액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번다. 우리는 (한국을 방어하느라) 100억 달러가 든다. 우리가 호구”라고 말했다. 다만 100억 달러(약 11조8800억원)의 근거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와 인터뷰에서 한국을 겨냥해 “우리가 당신(한국)을 방어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당신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 가졌던 미군 철수 계획이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을 아주 짧은 시간에 4000명으로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은 이미 1만3000명에서 8600명으로 줄인 상태다.

지난 3월 이라크 기지에 대기 중인 이라크 주둔 미군 모습. 미 국방부는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을 5200명에서 3000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9일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3월 이라크 기지에 대기 중인 이라크 주둔 미군 모습. 미 국방부는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을 5200명에서 3000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9일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전날 프랭크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이라크 주둔 미군을 이달 중 5200명에서 3000명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미 국방부는 현재 3만6000명 규모인 독일 주둔 미군을 3분의 1인 약 1만2000명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해외 주둔 미군 병력을 "집으로 데려오겠다"고 공약했다. 미국의 혈세와 생명을 희생하며 '세계 경찰' 노릇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다시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기반을 두텁게 하기 위해 이런 움직임이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