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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힘…다시 한번 기회를" 절절한 김정은 러브레터 전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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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 2차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에서 작별 인사를 하는 장면.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 2차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에서 작별 인사를 하는 장면. [연합뉴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은 오는 15일 펴낼 신간 『격노(Rage)』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주고받은 친서 내용을 담았다. 우드워드는 친서 27통을 확보했고, 25통은 공개적으로 보도된 적이 없는 편지라고 CNN은 전했다.

CNN은 이 가운데 편지 2통의 전문을 입수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드워드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에게 보낸 친서를 열람하는 것은 허용됐지만, 베껴 쓰거나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편지 내용을 읽어서 녹음기로 녹음한 뒤 녹취를 풀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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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이 입수한 편지 전문을 중앙일보가 번역했다. 편지는 2019년 6월 10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앞두고 작성됐다. 그해 2월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4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김 위원장은 "독특한 스타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전히 희망을 걸고 있다"면서 "다시 한번 기회를 주려는 의지를 갖고 마주 앉을 날"을 기약한다고 썼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 협상 재개 의지를 강력하게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마친 뒤 잠시 산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마친 뒤 잠시 산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다음은 2019년 6월 10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전문.

2019년 6월 10일

대통령 각하께,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지 1주년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 -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고 내 기억 속에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자국을 남긴 대단히 중요한 역사적인 순간이었죠 - 그리고 며칠 앞으로 다가온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 편지를 씁니다.

각하께 이런 편지를 보낼 수 있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생신을 맞이하여 각하께 진심으로 따뜻한 안부를 전합니다.

영부인님과 다른 가족들, 그리고 당신의 사람들에게도 안부를 전하며,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모두의 꿈이 아름다운 현실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1년 전 싱가포르에서 우리가 함께했던 짧은 시간처럼, 103일 전 하노이에서 우리가 나눈 매 순간도 영광의 순간이었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당신을 향한 나의 변함없는 존경 속에 간직하고 있는 그런 소중한 기억은 언젠가 미래에 우리가 다시 서로를 향해 걸어갈 때 내가 발걸음을 내딛게 하는 자극제가 될 것입니다.

나는 또한 우리 사이의 깊고 특별한 우정이 북·미 관계의 진전을 이끄는 마법의 힘으로 작용하여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발전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통령 각하, 저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우리의 독특한 스타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우리의 첫 만남에서 당신이 보여주신 의지와 결의를 여전히 존경하고 거기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새로운 접근방식과 그에 필요한 용기가 없다면 문제 해결의 전망은 암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우리의 상호신뢰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려는 의지를 갖고 우리가 마주 앉아 위대한 일이 일어나도록 할 그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날은 또 올 것입니다. 그것은 역사에 또 하나의 환상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나는 각하께 당신을 존경하는 마음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을 확언 드립니다.

각하, 다시 한번 생일 축하드립니다. 각하께서 항상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에 일에서 성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나는 내 가족을 대표하여 영부인님과 다른 가족들에게도 축복을 빕니다.

김정은 올림

2019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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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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