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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 망할 판인데…창업주 일가 책임 회피, 딸은 등기이사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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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상직. [뉴스1]

이상직. [뉴스1]

이상직(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딸인 이수지(31) 이스타홀딩스 대표가 이스타항공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파산 위기에 몰린 이스타항공이 직원의 절반 정도인 600여 명을 정리해고하면서 창업자 일가에 대한 비판이 커진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605명 이메일 해고 통보받은 노조 #“이 의원 측 사재출연 등 역할 안 해 #기업 살리기, 노동자 생존권 외면”

이스타항공은 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공석인 김유상 경영본부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8일 이스타항공에 등기이사 사임서를 제출했다. 이스타항공은 “상법상 등기이사 최소 인원이 세 명이기 때문에 임시로 김 본부장을 선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생존을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지난 7일 직원 605명에게 이메일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정리해고 시점은 다음 달 14일이다. 노동조합은 정리해고에 강하게 반발한다. 노조는 9일 전북 전주의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타항공은 위기를 극복하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은 채 정리해고를 단행했다”며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진짜 오너’ 이상직 의원이 사재 출연 등을 통해 이번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 노조가 9일 오전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타항공 노조가 9일 오전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는 “정리해고만은 막기 위해 지난 2월부터 받지 못한 체불 임금 일부를 포기하고 무급 순환휴직을 제안하는 등 고통을 분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그러나 경영진은 (노조의 제안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운항직 170여 명을 포함해 605명을 정리해고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곧 회사로 돌아갈 것이라 믿고 배달이나 택배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버텨왔던 노동자들은 희망이 사라진 현재 자포자기한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합병(M&A)하는 계약 이행에 차질을 빚자 지난 7월 1일 이스타항공의 브랜드마케팅 본부장(상무)에서 물러났다. 이스타항공 직원 사이에선 이 의원 일가가 그동안 받아간 임금이 수억 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디자인을 전공한 이 대표는 2018년부터 이스타항공 브랜드마케팅 본부장을 맡았다. 지난 1~3월 급여는 1060만원을 받았다.

이스타항공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대표의 지난해 연봉은 1억1800만원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1년간 생활비 등으로 4억원을 지출했다. 이스타항공 창업자인 이상직 의원은 재산 212억원을 신고했다.

곽재민·신혜연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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