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망령 아시아까지…" 일본 충격

중앙일보

입력

'광우병' 쇼크가 일본을 강타했다.

태풍이 11일 도쿄(東京) 등 간토(關東)지방을 휩쓸었지만 이날 아사히(朝日)신문 등 주요 신문들의 1면.사회면 머리기사는 '광우병 일본 상륙' 이었다.

'일본만큼은 광우병 안전지대' 라고 믿었던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불만과 함께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

지난해 대형 식품가공업체 유키지루시(雪印)의 우유제품 집단식중독사건으로 큰 타격을 받았던 낙농업계와 쇠고기 사용 식품업체들은 급격한 매출 감소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 소비자.업체에 충격파=우선 최대 관심거리는 '쇠고기가 든 음식을 먹어도 되느냐' 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소비자들이 쇠고기 구입을 주저하는 등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고 전했다.

일본소비자연맹은 "우려했던 일이 사실로 벌어졌다. 사료.사육방법 등을 철저히 조사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축산농가는 소가격 폭락을 걱정하고 있다. 미야자키(宮崎)현의 한 축산업자는 "지난해 구제역 파동이 이제 가라앉아 소값이 오르려는데 이런 사건이 터져 가격이 떨어지게 됐다" 고 한숨을 쉬었다. 식품업체들은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 '안전성' 을 강조하고 나섰다.

일본 맥도널드는 "호주산 고기만을 사용한다" 고 했고 메이지(明治)유업은 "우유제품은 안전하다" 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지 추락과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걱정하고 있다. 업체들은 "병원성 대장균인 O-157만으로도 엄청난 소란이 빚어졌는데 광우병 파동은 더욱 심각한 사태를 몰고 올 것" 이라고 우려했다.

◇ 원인규명 나서=일본 정부는 원인규명과 광우병 파동확산 방지를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는 먼저 국민불안심리를 잠재우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정부 부처는 '걱정할 것 없다' 는 메시지를 전하는데 바빴다.

농림수산성은 "광우병 감염이 의심되는 정도일 뿐 최종 확인된 것은 아니다. 우유.혀.내장 등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 고 했다.

지바(千葉)현 지방정부는 "광우병 감염 소가 발견된 농장에서 계속 우유를 출하하겠다" 고 밝혔다. 도야마 아쓰코(遠山敦子)문부과학상은 "학교급식에 대책마련을 지시할 생각이 없다" 고 거들었다.

동시에 농림수산성은 11일 '광우병 대책본부' 를 설치하는 한편 '광우병 기술검토위원회' 를 개최해 원인규명에 나섰다.

또 광우병 최종 판정을 위해 영국 수의연구소 등 외국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하고 내년엔 1백17개 식육위생검역소가 식육용 소 1만 마리를 대상으로 광우병 감염 여부를 정밀조사할 계획이다.

◇ '유럽산 동물성 사료로 감염 가능성' 〓일본 정부는 이번 광우병이 유럽에서 수입된 동물성 사료를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1996년 이전 영국에서 3천t, 이후에는 광우병이 발생한 유럽 6개국에서 약 8만t의 동물성 사료를 수입했다.

광우병은 발병하기까지 2~8년의 잠복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광우병 증세를 보인 소가 5년생인 점을 감안, 이 소가 세살이 되기 이전에 먹은 유럽산 사료가 주범일 가능성이 크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광우병기술검토회 회장을 맡은 오노테라 다케시 (小野寺節) 도쿄대 농학부 교수는 "유럽에서 수입된 가축용 사료가 원인인 것 같다" 고 말한 것은 이같은 의견을 토대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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