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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고발했다 무혐의…공정위, ‘고발 가이드라인’ 시행

중앙일보

입력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관련 신고·자료 제출 의무를 위반한 회사에 적용하는 고발지침을 마련했다. 올해 초 공정위는 네이버의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지정자료 허위 제출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런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오는 8일부터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 제출 의무 위반 행위에 대한 고발지침’을 시행한다고 7일 밝혔다. 지금까지 공정위는 명문화된 기준 없이 사안별로 판단해 고발·경고 조치 등을 내려왔다. 공정위는 이번 고발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법 집행의 일관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이전 명문기준 없어…네이버 고발, 카카오 경고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월 네이버의 동일인(총수) 이해진 GIO가 2015년 제출한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자료에서 20개 계열사를 빠뜨렸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GIO와 실무 담당자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네이버 사례와 달리 공정위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자료 허위 제출 행위에 대해 경고 조치만 내렸다. 네이버 사례와 반대로 검찰은 카카오에 대한 경고 처분이 경미하다고 보고 공정위를 압수수색한 뒤 김 의장을 기소했다. 김 의장은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고의성 판단 기준으로 고발 결정

고발지침 시행을 통해 검찰과의 엇박자를 피하겠다는 게 공정위의 계산이다. 공정위는 “이번 고발기준 마련을 위해 앞선 검찰 기소사례와 법원 판례 등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성경제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이날 “공정위의 법 집행에 대해 검찰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압수수색 등을 통해서 확보한 자료를 통해서 직접 수사도 진행했다”며 “최근까지 공정위가 경고 조치한 30건을 수사해 7건을 약식기소하고 23건은 기소유예했다”고 밝혔다.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의무 위반행위의 고발 여부 판단 기준.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의무 위반행위의 고발 여부 판단 기준.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지침에 따르면 기업 관련 신고·자료 제출 의무 위반 행위의 ‘인식 가능성’과 ‘중대성’은 상·중·하 3단계(현저·상당·경미)로 구분한다. 위반 행위가 계획적이거나 총수가 이를 묵인하는 등 인식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에는 사안의 중대성과 상관없이 공정위는 고발할 방침이다. 인식 가능성이 ‘상당’하지만 허위‧누락된 신고‧자료 제출과 관련해 과징금 부과 또는 고발 사건이 함께 이뤄지거나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 또는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되는 등 중대성이 현저한 경우가 아니면 고발하지 않는다.

성 과장은 “고의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라 사례가 쌓이면 공정위와 검찰 양 기관 사이의 인식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며 “공정위 사건을 처리하면서 검찰과 시각을 공유할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 신고‧자료 제출 의무 위반 감시를 위해 위장계열사 신고포상금을 도입할 계획이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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