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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밥상에서 고기만 뺀다고 채식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반려도서(82)

『채식연습』
이현주 지음 / 레시피팩토리 / 1만6800원

채식연습

채식연습

“나는 정크비건이었어.”
아니 이건 대체 무슨 말인가. 고기메이트인 친구가 비건이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보다 더 의아했던 말이다. 주 3회 이상 고기를 챙겨 먹던 친구가 갑자기 비건이 되겠다고 했을 때 비건이 꼭 좋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고, 고기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거라고 설득하면서 친구가 다시 육식의 세계에 돌아오기를 바랐다. 아니, 당연히 얼마 지나지 않아 “네 말이 맞았다”며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나의 걱정과 설득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비건라이프를 유지하는 것 같던 친구는 얼마 전 자신은 건강하지 못한 ‘정크비건’이었다며 비건의 수치라고 자신을 타박했다. 단지 고기만 끊는다고 해서 비건이 아니라고, 몸에 좋은 건강한 식재료를 잘 챙겨 먹는 것이 진정한 비건이라며 다시금 채식의 의지를 불살랐다. 고기를 끊겠다며 오히려 몸에는 더 자극적일 수 있는, 예를 들면 떡볶이 같은 음식을 더 자주 먹었다는 그의 고백이다. 이로써 나는 떡볶이 메이트 또한 잃어버린 것인가 싶은데, 비건은 무엇이고 건강한 채식이 무엇일까 나 또한 고민에 빠지게 한다.

‘천천히 즐기면서 채식과 친해지기’라는 부제가 붙은 『채식연습』은 건강을 위해서, 환경을 위해서, 동물의 권리를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채식생활에 도전하려는 이들이 부담과 강박에서 벗어나 천천히 채식과 친해지는 연습의 과정을 안내한다.

“채식이 뭐 별건가, 그냥 밥상에서 고기만 빼면 되지”라며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고기만 뺀 단순한 채식은 먹는 즐거움을 뺏고, 영양 불균형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저자는 서른 중반의 나이에 우연히 채식을 시작한 뒤 17년째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한약사이자 환경운동가다. 녹용과 같은 동물성 약재 대신 순식물성 약재와 채식 식단만 처방하는 독특한 한약국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하루 채식을 통해 지구를 살리자는 글로벌 환경운동 ‘고기없는월요일’의 한국 대표도 맡고 있다.

저자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라며 일상에서 허용 가능한 범위의 채식만큼은 꼭 실천하기를 권한다. 완전한 채식 즉, 비건이 아니더라도 채식지향자가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와 지구를 위한 소중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 채식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채식식단에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도움이 되겠다. 다양한 채식레시피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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