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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공동개발 불참" 미·중 마이웨이 선언한 꿍꿍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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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WHO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제조, 배포를 위해 지구촌이 협력하는 코백스(COVAX)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WHO 홈페이지 캡쳐]

WHO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제조, 배포를 위해 지구촌이 협력하는 코백스(COVAX)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WHO 홈페이지 캡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특정 국가의 백신 독점을 막으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글로벌 연대 움직임에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찬물을 끼얹고 있다. 갖가지 이유를 내세웠으나 결국 국제사회의 냉혹한 단면이 백신 전쟁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WHO, “코로나19 백신 독점 막고 공동 분배” # 한국 등 76개국 동참...EU 5660억 지원키로 # 미 “WHO 주도 코로나19 백신 개발 불참” # 중 “백신 성공하면 공유...목적 다르지 않아”

WHO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제조, 배포를 위해 지구촌이 협력하는 코백스(COVAX)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모든 나라가 공평하게 백신을 확보해 고위험군 환자에게 우선 투여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코백스는 승인된 백신이 나오면 내년 말까지 20억회 분량을 배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스 버클리 GAVI CEO는 지난 3일 ’독일, 일본, 노르웨이 등 76개국이 코백스에 참여 확인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5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는 세스 버클리 GAVI CEO. [로이터=연합]

세스 버클리 GAVI CEO는 지난 3일 ’독일, 일본, 노르웨이 등 76개국이 코백스에 참여 확인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5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는 세스 버클리 GAVI CEO. [로이터=연합]

세스 버클리 GAVI CEO는 지난 3일 “독일, 일본, 노르웨이 등 76개국이 코백스에 참여 확인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는 자국 예산으로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승인될 경우 일정 물량을 공동으로 확보하게 된다. 또 중하위 경제국으로 선정된 92개국에는 기부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게 된다.

앞서 유럽연합은 지난달 31일 백신의 균등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4억 유로(약 5660억 원) 출연을 공식화했다. “국제 협력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을 극복할 유일한 방법”이라면서다. 한국도 이미 참여 중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일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170개국이 함께 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배포 프로젝트 코백스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WP 캡쳐]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일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170개국이 함께 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배포 프로젝트 코백스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WP 캡쳐]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다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일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170개국이 함께 하는 코백스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혼자의 힘으로 충분히 백신을 확보할 역량이 있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존슨앤존스, 화이자 등 미 제약사를 비롯 영국 옥스퍼드대와 독일 바이오앤텍(BioNTech) 등과 최소 100억 달러 이상의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중국에 지나치게 친화적이라며 WHO를 전격 탈퇴한 트럼프 행정부는 코백스 역시 같은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은 WP에 “미국은 이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해 세계 파트너들과 노력하겠지만 부패한 세계보건기구에 의해 제약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독자 행동은 코백스 프로젝트의 목적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백신을 대량 선점하면 다른 나라에 갈 물량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코백스 가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중국은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개발도상국에 제공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중국이 하려는 일이 코백스의 목적과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코백스 가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중국은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개발도상국에 제공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중국이 하려는 일이 코백스의 목적과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코백스 가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중국은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개발도상국에 제공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중국이 하려는 일이 코백스의 목적과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동참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재차 질문이 나왔으나 “세계보건기구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사실상 참여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WHO가 승인한 3차 임상시험 후보 백신 7건 중 4건이 중국에서 나온 상황에서 개발 선두권에 있는 중국이 코백스에 동참하는 것은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아프리카와 동남아 국가들을 상대로 ‘백신 외교’를 펼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 자국과 우호적이거나 협력 필요성이 있는 국가들에 백신을 우선 제공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모두가 안전할 때까지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며 “팬데믹을 끝내고 경제를 재개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몇몇 나라가 아니라 어떤 지역이든 최고 위험군을 먼저 보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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