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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나발니, 노비촉 중독' 발표에 美 "비난 받아 마땅"…러시아는 "증거 내놔라"

중앙일보

입력

독일 정부는 2일(현지시간) 러시아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화학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노출된 흔적이 있다고 발표했다. [AP=연합뉴스]

독일 정부는 2일(현지시간) 러시아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화학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노출된 흔적이 있다고 발표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노비촉에 공격당했다는 독일 정부의 발표에 미국과 영국 등도 가세하며 러시아에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사실상 국제 사회가 러시아를 압박하고 나선 상황에서 러시아는 독일 정부의 발표를 반박하고 있다.

독일, 혼수상태 나발니 노비촉 중독 발표 #미·영·프 등 일제히 러시아 진상규명 요구 #러시아, "독일, 어떤 증거도 안 내놓아"

독일 정부는 2일(현지시간) 나발니에게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노비촉은 생화학 무기 중에서도 독성이 가장 강한 물질 중 하나로, 1970년대 소련이 군사용으로 개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슈테픈 자이베르트 총리실 대변인은 성명에서 “나발니가 러시아에서 화학적 신경작용제의 희생양이 된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정부는 이번 공격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러시아 비행기에서 돌연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후 나발니는 시베리아 옴스크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독일로 옮겨졌다. 독일 의료진은 지난달 24일 나발니의 체내에서 독성물질에 중독된 징후가 있다는 예비 결과를 발표했는데, 독일 정부가 2일 직접 나발니가 독살 시도를 당했다고 규정한 것이다.

독일 정부의 발표 직후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러시아를 겨냥, 이번 테러를 규탄하고 나섰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2일 트위터를 통해 “니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는 전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러시아는 과거에 화학 신경안정제인 노비촉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알렉세이 나발니 사건을 규탄하며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알렉세이 나발니 사건을 규탄하며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이어 “우리는 증거가 이끄는 곳이라면 어디든 동맹국들과 국제사회와 함께 러시아에 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도록 협력하고, 그들의 악의적인 활동에 자금이 들어가지 않도록 제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러시아 야권 정치가인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러시아 야권 정치가인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나발니를 치료하고 있는 독일도 강한 압박에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발니가 범죄의 희생자였다는 건 이제 명확하다”라면서 “러시아 정부만이 대답할 수 있고 대답해야 하는 엄중한 문제”라고 러시아를 규탄했다. 이어 “나발니에 대한 범죄는 우리가 지지하는 모든 기본적인 가치와 근본적인 권리와 직접 반대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역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 우리는 정의가 실현되도록 국제 파트너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입증 안 된 주장에 불과”

러시아는 독일의 발표와 국제 사회의 압박에 즉각 반박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는 독일과 협력할 준비가 돼있다”면서 “러시아 검찰이 독일에 관련 정보 제공을 요청했지만, 독일이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발니가 베를린으로 이송되기 전 우리는 모든 국제기준에 따라 전면적인 건강검진을 했고, 독성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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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자국 국영 방송인 로시야1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독일의 발표는 ‘메가폰 외교’에 불과하다”며 “여기에는 어떤 사실도, 정보도, 증빙자료도 없다”고 반박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우리 대사관은 24시간 일하고 있으므로, 조사 결과를 서류로 보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베를린의 평판은 지금 흔들리고 있다”이라며 “그들은 결코 입증 자료를 보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3월 영국에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됐다가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은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오른쪽)과 그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 [율리아 SNS]

2018년 3월 영국에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됐다가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은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오른쪽)과 그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 [율리아 SNS]


한편 2018년 3월 영국에선 러시아 ‘이중스파이’였던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아가 노비촉에 노출돼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영국 정부는 러시아를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지만,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과 러시아는 서로 대규모 외교관 맞추방을 하며 외교 갈등으로 비화됐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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