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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정적' 나발니 독살 의혹에 美 "깊은 우려"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 야권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출발전 공항에서 차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2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보리스 넴초브 추모 행진에 참여하고 있는 나빌니의 모습. [AP=연합뉴스]

러시아 야권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출발전 공항에서 차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2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보리스 넴초브 추모 행진에 참여하고 있는 나빌니의 모습. [AP=연합뉴스]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에게서 독극물 중독 징후가 발견됐다는 독일측 발표에 미국과 프랑스가 잇따라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자체 검사에선 독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비행기에서 돌연 혼수상태에 빠진 뒤 독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폼페이오 "EU의 포괄적 조사 요구 지지" #프랑스도 "범죄행위, 신속히 조사해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은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극물 중독 징후를 보였다는 독일 의료진의 예비 결론 보도에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이 보고서가 정확하다면 미국은 유럽연합(EU)의 포괄적인 조사 요구를 지지하고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나발니의 가족과 러시아 국민은 완전하고 투명한 조사를 지켜보고, 관련자들이 책임지는 것을 볼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CNN 방송에 따르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도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과의 회담에서 나발니의 상태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존 설리번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도 독일 의료진 발표에 대해 “(나발니 독살 시도에) 관련한 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러시아 당국의 즉각적이고 포괄적이며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입장을 표명했다.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2월 2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보리스 넴초브 추모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2월 2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보리스 넴초브 추모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도 러시아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프랑스 외무부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프랑스는 러시아 정계의 주요 인사에게 자행된 범죄 행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러시아 당국은 이런 범죄가 일어나게 된 상황을 규명하기 위한 신속하고 투명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나발니와 그의 가족들에게 망명, 보호조치와 관련해 모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며 러시아 병원에 있던 나발니의 유럽 이송을 촉구한 바 있다.

나발니, 공항서 차 마신 뒤 의식불명

앞서 나발니는 20일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출발해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출발 전 그는 공항 카페에서 차를 마셨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내에서 쓰러진 나발니는 시베리아 옴스크시에 비상 착륙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옴스크시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나발니 측의 강력한 요청으로 22일 독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으로 옮겨졌다.

‘푸틴 정적’ 나발니 독극물 테러 논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푸틴 정적’ 나발니 독극물 테러 논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독일 의료진 측은 24일 나발니 체내에서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물질은 알츠하이머와 같은 뇌질환 치료에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살충제나 신경작용제로 사용될 경우 근육 마비나 심장박동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만큼, 독살 시도를 했다는 증거라고 일각에선 주장한다. 실제로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도 24일 독일 병원에 있는 나발니의 상태를 브리핑하면서 “나발니가 누군가에 의해 독극물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독일 의료진의 발표에 러시아는 즉각 반박했다. 나발니가 최초로 치료를 받았던 시베리아 옴스크 병원 측은 “독극물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나발니가 저혈당으로 인한 대사성 질환으로 쓰러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복되는 반(反)푸틴 인사들의 수난

2018년 3월 영국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됐다가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은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오른쪽)과 그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 [율리아 SNS 캡처]

2018년 3월 영국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됐다가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은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오른쪽)과 그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 [율리아 SNS 캡처]

국제 사회가 러시아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반푸틴 인사들이 테러를 당한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영국에선 러시아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러시아군이 개발한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7월 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헌안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7월 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헌안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변호사 출신인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의 장기 독재를 강력하게 비난해왔으며, 반푸틴 진영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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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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