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식불명 나발니 노비촉 검출…김정남 암살독보다 8배 강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독일 정부는 혼수상태에 빠진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4)에 대한 검사 결과 신경작용제인 노비촉(Novichok)이 사용된 "명백한 증거"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독일 정부는 혼수상태에 빠진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4)에 대한 검사 결과 신경작용제인 노비촉(Novichok)이 사용된 "명백한 증거"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독일 정부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반(反)푸틴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44)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 결과 신경작용제 ‘노비촉(Novichok)’에 중독된 '명백한 증거'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나발니에게서 노비촉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노비촉은 1970년대 소련이 군사용으로 개발한 것으로 지난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VX'보다 5~8배 강한 독성을 지닌 치명적인 물질로 알려져있다.

이날 슈테픈 자이베르트 총리실 대변인은 성명에서 “나발니가 러시아에서 화학적 신경작용제 공격의 희생자였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며 “정부는 이번 공격을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 우리는 나발니가 완전히 회복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쓰러져 시베리아 옴스크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의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슈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누군가 그의 차에 독극물을 넣은 것 같다”고 했다.

이후 나발니는 독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샤리테병원은 지난달 24일 나발니가 살충제 등에 쓰이는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성분의 징후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는 노비촉, 사린가스, VX 같은 화학무기에도 사용된다.

러시아 측은 나발니에게 독성 물질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음성이 나왔다며 즉각 반박했다. 아울러 러시아 수사당국은 사건 조사를 위해 독일에 나발니의 손톱과 혈액 등 생체 조직 일부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노비촉은 2018년 초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독살 미수 사건에도 사용된 바 있다. 영국 솔즈베리의 쇼핑몰에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야가 노비촉 중독 중세로 쓰러졌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당시 영국 경찰은 러시아 암살 요원 2명이 지난 3월 노비촉을 이스크리팔 자택 문 근처에 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를 상대로 경제제재 조치를 취했다. 러시아는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왔다.

독일 정부는 나발니의 해당 검사 결과를 EU 회원국들과 러시아 측에 전달했다고 설명하는 한편 EU 차원에서 적절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