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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위해 ‘표 나게’ 中 때린다···공자학원도 쫓아내는 트럼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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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강한 대통령'을 선거 전략으로 삼고 있다. 지난 7월 29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강한 대통령'을 선거 전략으로 삼고 있다. 지난 7월 29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가속하고 있다. 전임 대통령들이 안이하게 대처하는 동안 중국이 급성장해 미국을 위협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굴복하지 않고 중국에 맞설 것이라는 메시지가 중심에 있다.

美 대선 60여일 앞두고 중국 전방위 압박 #폼페이오 "中 유학생 제한, 공자학원 퇴출" #"中 외교관, 美 대학·지역 방문 사전 승인" #美 국방, 괌 사드기지 방문…"中 핵탄두 200기" #中 왕이 "철의 장막, 베를린 장벽, 제2 냉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중국 고위 외교관이 미국 대학을 방문하거나 지방 정부 관리를 만날 때 사전 승인받도록 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 처음으로 '통보'하도록 제도를 바꾼 데 이어 올해는 '사전 승인'으로 규제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또 중국대사관이 공관 밖에서 주최하는 50인 이상 문화행사와는 국무부 승인을 받도록 했다. 중국대사관과 영사관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중국 정부 계정임을 제대로 식별할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폭스비즈니스 토크쇼 '루돕스 투나잇'에 출연해 "지난 40년간 중국이 성장하는 동안 미국은 잠을 잤다"면서 "그 사이에 중국의 미사일 시스템과 군대, 무역과 경제를 비롯해 모든 면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이 강한 압박감을 느끼고 최근 발언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30일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 연설에서 "몇몇 사람들이 다시 새로운 철의 장막을 치고, 또 하나의 베를린 장벽을 세우고, 제2의 냉전을 일으키기 위한 책략을 꾸미고 있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다"면서 "중·미 관계는 외교관계 수립 이후 가장 힘겨운 상황에 놓였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왕 부장은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네덜란드·노르웨이·프랑스·독일을 순방하며 "미국이 공공연히 편을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에 중국과 손잡고 트럼프 행정부에 맞설 것을 제안했다고 미 언론인 워싱턴 이그재미너가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달 13일 슬로베니아를 방문해 안지 로가 외무장관과 5G 이동통신 기술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달 13일 슬로베니아를 방문해 안지 로가 외무장관과 5G 이동통신 기술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중순 동유럽 4개국인 폴란드와 슬로베니아·체코·오스트리아를 순방하며 반중국 전선 구축을 노린 것을 언급한 것이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슬로베니아에선 "신뢰할 수 없는 공급업자는 배제한다"는 내용의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하는 등 유럽 국가들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보이콧을 압박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도 같은 라인에 섰다. 비건 부장관은 “미국의 중국 전략은 사실상 모든 영역에서 중국을 밀어붙이는 것(push back)”이라고 강조했다. 안보 분야뿐 아니라 경제·문화 등 전방위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미국·인도 전략 파트너십 포럼 연례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약탈적 경제 관행을 비판해 왔다. 미·중 무역합의 1단계는 양국 경제관계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첫걸음일 뿐이며 앞으로 여러 단계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는 지난달 미국 내 공자학원을 외교공관으로 지정하도록 규제한 데 이어 올해 연말까지 75개 모두를 미국에서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공자학원은 전 세계에서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알리는 비영리기관인데,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정부가 미국 대학에 세운 공자학원을 통해 "스파이와 협력자"를 모집했다고 주장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인 유학생의 미국 내 유학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군사 분야에서도 대중 압박은 본격화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1일 중국이 200기 초반대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해마다 발간하는 '중국 군사력 보고서(2020)'에서 "현재 200기 초반 수준인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은 중국의 핵전력 확대 및 현대화 전략에 따라 향후 10년 뒤 최소 두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중국 핵전력을 제한하기 위한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오른쪽 두번째)이 지난달 29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사드 체계를 둘러보고 있다. [미 국방영상정보배포시스템(DVIDS) 홈페이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오른쪽 두번째)이 지난달 29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사드 체계를 둘러보고 있다. [미 국방영상정보배포시스템(DVIDS) 홈페이지]

앞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29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기지를 방문한 것도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은 미국의 사드 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략으로 '중국에 터프한 대통령'을 내걸었고, 그의 참모들은 잇따른 중국 압박정책과 행보로 구체화하고 있다. 동시에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중국의 요구에 굴복할 것이라고 주장해 미국 사회 전반에 있는 반중 정서를 자극해 표를 얻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 장남인 돈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달 24일 공화당 전당대회 찬조연설에서 "중국 공산당은 '베이징 바이든'이 승리하기를 원한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만큼 중국에 강경(tough)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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