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장치가 풀려 언덕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소방구조버스를 길가에 있던 시민들이 멈춰 세워 대형 사고를 막았다.
충북 제천서 제동장치 풀린 소방버스 SUV 충돌 #손귀근씨 등 2명 브레이크 밟아 2차 사고 막아 #제천소방서 “사이드 브레이크 제대로 안한 듯”
28일 제천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낮 12시쯤 충북 제천시 장락동 기아자동차 대리점 앞 사거리에서 20인승 소방구조버스가 경사 15도가량인 도로에서 80m를 미끄러져 내려왔다. 이 버스는 교차로에 정차 중이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충돌한 후에도 계속해서 뒤로 밀렸으나 사고를 직감한 한 시민의 발 빠른 대응으로 2차 사고를 막았다.
원래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이 도로변에 세워뒀던 버스는 제동장치가 풀리는 바람에 경사진 왕복 6차로를 따라 내려가다가 SUV와 부딪혔다. 버스가 계속 미끄러질 경우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버스가 뒤로 움직이는 것을 본 손귀근(38)씨 등 시민 2명은 황급히 도로를 향해 달려가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웠다.
인근 기아자동차 대리점 직원인 손씨는 “처음엔 버스를 일부러 후진하는 것 같아 지켜보고 있었는데 버스가 SUV를 들이받은 후에도 멈춰서지 않아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며 “순간 아무 생각 없이 버스로 달려들어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우고, 기어를 주차 위치에 옮긴 뒤 내렸다”고 말했다.
손씨는 “교차로 맞은편에는 냉면집 등 상가가 있어서 버스가 계속 밀릴 경우 2차 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더 큰 사고를 막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손씨 외에도 같은 회사 직원 김성걸(42)씨도 사고를 목격하고 버스로 뛰어가 도움을 줬다.
제천소방서는 버스가 미끄러진 이유에 대해 “사이드브레이크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당시 소방대원 7명은 오전 11시38분 장락동에서 실종자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낮 12시쯤 신고자와 만나기 위해 현장에 도착했다. 버스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제천소방서 관계자는 “도로가 경사진 점을 감안해 기어를 ‘주차’에 놓고 정차해야 했지만, 당시 ‘중립’에 놓은 뒤 사이드 브레이크를 끝까지 당기지 않고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며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