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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소리"에 묻힌 세대교체…그날 박주민 유튜브 시청자 29명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4일 박주민 TV에서 진행한 '박주민 후보에게 묻습니다. 박주민 후보 국민 인사청문회' [박주민TV 유튜브 캡처]

지난 24일 박주민 TV에서 진행한 '박주민 후보에게 묻습니다. 박주민 후보 국민 인사청문회' [박주민TV 유튜브 캡처]

본격 국회의원 크리에이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튜브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표현이다. 8·29 전당대회에 당 대표 출사표를 던진 박 의원은 최근 매일같이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하며 ‘언택트 선거운동’에 힘쓰고 있다. 셀프 인사청문회, 주민탐사대, 전국주민자랑 등 다양한 코너를 같은 당 이재정 의원 등과 함께 생방으로 진행한다. 경쟁자인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에게서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박 의원은 출마선언 후 총 12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총 12시간 9분 분량이다. 전당대회 바로 전날인 28일 저녁에도 라이브 방송이 예정돼 있다. 라이브 방송이 곧 그의 주력 선거전략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들이는 노력 대비 성과는 의문”이란 평가도 나온다.

방송 내용은 ‘친문’ 코드 일색

지난 25일 박주민TV에서 진행된 라이브 방송 '주민탐사대' [유튜브 캡처]

지난 25일 박주민TV에서 진행된 라이브 방송 '주민탐사대' [유튜브 캡처]

박 의원의 유튜브 방송은 주로 친문 진영 입맛에 맞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지난 23일 ‘언론개혁’ 주제 토크쇼에서 “언론사 간부들의 집을 조사하니 상당수가 강남이었다”는 패널의 말에 박 의원은 “막내 기자들이 ‘우리 부장은 부동산 관련 소식만 물어 나르라고 한다’며 회사 흉을 보는걸 들었다. 기사가 아닌 재태크를 위해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을 언론 탓으로 돌린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관해서는 지난 25일 “법을 바꿔서라도 출범시킬 것이다. 우리에게는 그런 힘이 있다”고 했다.

소수 지지자와 교감일 뿐

지난 25일 장경태, 이재정,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튜브에서 진행한 민주당 혁신라이브 방송. 이 방송은 이재정TV, 김남국TV 등 여러 채널로 동시 송출됐다. [유튜브 캡처]

지난 25일 장경태, 이재정,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튜브에서 진행한 민주당 혁신라이브 방송. 이 방송은 이재정TV, 김남국TV 등 여러 채널로 동시 송출됐다. [유튜브 캡처]

특정 지지층에 어필하는 이런 영상은 대개 확장성이 없게 마련이다. 주력 선거 전략인 라이브 영상은 적극 지지층이 보기 때문에 ‘집토끼’를 위한 전략이다. 지난 25일 ‘X소리’ 발언으로 논란이 된 ‘민주당 혁신 라이브’ 시청자는 15명이었다. 이 방송은 박 의원을 지지하는 민주당 의원 5명(이재정, 김남국, 김용민, 장경태, 최혜영)이 진행하는데, ‘세대교체’나 ‘전환시대’를 외치는 박 의원과 궤를 같이한다. 같은 날 박 의원 본인이 생중계한 ‘일상 포착 주민탐사대’ 라이브 시청자도 한때 29명뿐이었다.

박주민TV 구독자 수는 18만9000명으로 다른 당 대표 후보의 유튜브 채널인 이낙연TV(9만5000명), 김부겸TV(1만34000명) 구독자를 크게 앞선다. 업로드 영상의 평균 조회수도 5000여회(라이브 포함 총 42개 영상, 당대표 후보 출마 후 기준)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보는 절대수는 많지 않은 편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실시간 방송 시청자는 자신의 시간을 내준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그 방송의 엄청난 팬이다. 정치인은 인지도는 높지만, 그 정도 팬덤이 있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 수가 많지 않은 것”이라며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롱테일 플랫폼으로 장기적으로 봐야 효과가 큰 것"이라고 말했다.

적은 확장성에 비해 ‘생방 리스크’는 큰 편이다. 방송은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라이브 방송에서 채팅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이들은 지지층에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장경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x소리’ 발언에 대해 “유튜브 소통방송에서 지지자들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소통 강점 내세웠지만...실익은?

박주민 의원 유튜브.

박주민 의원 유튜브.

당 대표 선거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로 이루어진다. 대의원의 표는 가중치가 붙는다.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박 의원에게는 불리한 구조다. 민주당 한 의원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서 표 호소에 적극적인 스타일은 아니다. 대의원 표를 고려할 때 SNS 반응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60표 정도와 맞먹는다. 1대 20 범위로 조정이 필요하다”며 “당 대표가 된다면 수정을 할 것이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박 의원 측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다. 반응이 좋은 영상은 시청자 수도 많고 나름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라는 게 어차피 자기 지지층에게만 호소를 하는 것”(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 교수)이라며 박 의원의 유튜브 전략이 효과를 볼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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