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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우대, 70세 전후로 상향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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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00세 시대’를 맞아 ‘노인’의 연령이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만 65세인 경로우대 기준 나이 상향 조정에 대한 논의에 나서면서다.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27일 이런 내용의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향’을 발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다. 관계부처가 참여한 ‘2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평균수명이 늘고 건강 수준이 향상되면서 노인 연령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지하철 무료 등 각종 혜택 기준 #정부, 고령화·저출산 대응 정책 #경로우대 나이 상향 땐 반발 예상 #정년 연장도 맞물려 ‘뜨거운 감자’ #정부 “TF 만들어 각계 의견 수렴”

경로우대 기준 나이를 만 65세에서 70세 안팎으로 조정하는 안이 유력하지만 정부는 정확히 어느 정도로, 언제부터 올릴지를 정하지 않았다. 나이 기준 조정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각종 혜택이 축소되는 효과를 낳는 데다 정년 연장 등의 문제까지 맞닿아 있는 ‘뜨거운 감자’다.

경로우대 제도는 노인복지법 제26조에 규정돼 있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65세 이상의 자에 대해 수송시설 및 공공시설을 무료로 또는 그 이용요금을 할인해 이용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경단녀 없게, 임신 때도 육아휴직…인재 유치, 외국인 복수국적 확대

지하철 무임승차나 철도 할인, 박물관과 고궁 무료 입장 등 고령자에 대한 각종 혜택이 이 기준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경로우대 나이는 복지와 고용, 금융·교통·교육·문화 등 각종 부문에서 고령자 혜택을 가르는 기준점 역할을 해왔다. 경로우대 고령자 기준이 올라가면 다른 분야의 기준 나이도 연쇄적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미 고령사회다. 올 7월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65세 인구 비중은 16.1%나 된다. 2025년이면 이 비율이 20%로 뛰어오르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향 주요 내용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향 주요 내용

만약 고령자 기준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올리면 올해 7월 기준 약 269만5000여 명인 65~69세 인구가 노인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체 65세 이상 인구의 32.4%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는 고령자 대상 재정지출 부담을 3분의 1 정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만큼 폭발력도 크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3명이 기존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차관은 “앞으로 현행 제도상의 할인율이나 적용 연령뿐 아니라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가칭 ‘경로우대 제도 개선 TF’를 구성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에 합리적인 개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인 기준 상향에서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 있다. 노인 빈곤 문제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만년 1위다. 2018년 발표 기준 45.7%로 OECD 평균(12.9%)의 세 배를 훌쩍 넘는다. 지하철 무임승차를 비롯한 각종 경로우대 제도는 열악한 사회 안전망을 보완해 온 게 사실이다. 노인 기준 상향이 노령층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큰 이유다.

또 다른 민감한 문제도 있다. 정년 연장이다. 고령자 기준을 높이려면 정년 기준 상향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김 차관은 “인구 TF의 기본 인식은 고령자에게 고용이 계속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정년 연장 등을 포함한 고령자 고용 활성화를 위한 대안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정년 연장에 대해 검토는 했지만 ‘당장은 아니다’라고 가닥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연령 조정은 정년 연장과 고령층 경제활동 참가 증가 등 노동시장 변화에 맞춰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육아휴직을 세 번 나눠 쓸 수 있고 임신 중에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 출산율을 높이고 임신·출산에 따른 경력단절을 막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는 임신 중 44일간의 출산 전후 휴가만 쓸 수 있고 육아휴직 분할은 1회로 제한돼 있다.

이와 함께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특별고용근로자도 출산 전후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법을 연내 개정한다. 또한 구직을 단념한 ‘청년 백수’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센터와 지방 교육청 등의 정보를 활용해 구직 포기 청년을 파악하고 고용서비스를 연계해 일자리를 주선하기로 했다.

우수한 외국인력 유치도 적극 추진한다. 당장 오는 9월부터 ‘복수국적제도’를 확대한다. 외국인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면 1년 내 이전 국적을 포기해야 하지만 인재에 해당하면 기존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복수국적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원래는 과학·인문·학술 등 4개 분야만 인정했지만 앞으론 저명인사, 기업 근무자, 원천기술·지식재산권 보유자, 국제기구 경력자 등도 추가해 10개로 늘린다. 또한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조건으로 외국인에게 체류 혜택을 제공하는 ‘지역특화형 비자’를 2022년 상반기에 마련한다.

세종=조현숙·김남준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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