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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기아차 산재자녀 채용 인정…"실제 적용 사례는 드물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산재로 사망한 경우 유가족을 특별채용하도록 한 단체협약의 효력을 인정해야한다고 판결했다. 뉴스1

2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산재로 사망한 경우 유가족을 특별채용하도록 한 단체협약의 효력을 인정해야한다고 판결했다. 뉴스1

대법원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자녀를 채용하기로 한 단체협약은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2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업무상 재해로 숨진 A 씨의 유족이 A 씨 자녀를 채용하라며 기아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업계는 지난주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준 기아차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 이어 이날 판결이 미칠 파장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아쉽다"는 입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예전 일부 강성 노조 사업장에 도입된 단체협약 조항"이라며 "최근엔 헌법적인 가치 위반이라는 여론이 우세해 법원 판례도 인정 안 하는 추세였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삭제된 조항으로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최근 노조가 사 측보다 목소리를 더 키우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노조 측의 무리한 요구를 정화할 수 기회를 놓치게 했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도 우려를 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판결은 산재 사망자 유족에 국한된 것으로 모든 특별채용 조항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며 "청년실업이 만연한 상황에서 대기업 위주로 특별채용 관련 문제가 확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1·2심에선 해당 단체협약 조항은 '무효' 판단을 받았다.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경우라는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자녀 채용은 역시 일종의 '고용 세습'으로 사회정의에 반한다는 사 측의 논리가 받아들여졌다. 또 최근 공정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여론에도 부합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특별채용 조항은 사회 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이날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사실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 중 '산재로 사망한 자녀의 특별 채용' 조항을 유지하는 곳은 많지 않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한국GM, 현대중공업 등 과거 '강성 노조'가 활동한 사업장에만 일부 남아있다. 완성차업체 중 르노삼성은 이런 조항이 없으며, 포스코는 2년 전 이를 삭제했다.

한대정 포스코 노조 부지회장은 "근무 중 순직이나 기성(명장)이 퇴직한 경우 자녀 1명에 한해 취업이 가능했지만, 수년전 삭제됐다"며 "정확한 경위를 알 순 없지만, 채용에 대해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채'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곳도 실제로 채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관계자는 "실제 적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산재로 사망한 경우 우선 유족과의 협의를 거쳐 보상의 범위를 정한다"며 "단체협상 조항에 있기 때문에 (특채) 사례가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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