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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참모들, 이인영 워킹그룹 구상에 "이해 못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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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가 25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오종택 기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가 25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오종택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한·미 워킹그룹 2.0 업그레이드” 구상에 미국의 전직 관리들이 “이해하지 못 하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크리스토퍼 힐 등 바이든 대북 자문그룹 #"남북관계 교착 워킹그룹아니라 北 때문" #외교부 미 국무부에 공식 개편 제의 안 해 #"운영의 묘 살려 잘 운영하자 취지로 이해"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5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내에서 한·미 실무그룹(워킹그룹)을 남북관계를 제약하는 기제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실무그룹을 실무와 정무로 분리 운영하면 양국 간 대화와 공조의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며 한국 내 워킹그룹 비판 목소리에 대해 “의도적으로 고안된 이슈”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인영 장관은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워킹그룹의 기능과 역할, 운영 과정들이 업그레이드돼야 할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중앙포토]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중앙포토]

이 장관은 앞서 1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한미 워킹그룹의 2.0(두 번째 버전)이 필요하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워킹그룹의 운영 과정에서 기술과 실무적인 부분들과 정책적인, 정무적ㆍ정치적 부분들을 세션을 두 개로 운영해 나가면 상호 유익하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워킹그룹 내 이 같은 역할 분담과 관련해선 해석이 분분하지만, 기존 남북교류 사업이 워킹그룹에서 발목 잡혔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RFA에 따르면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비확산 정책조정관도 “(남북관계 교착의) 문제는 워킹그룹이 아니라 북한”이라며 “북한은 한국의 인도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며 거부해왔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워킹그룹의 변화가 남북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힐 전 차관보와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모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정책 자문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의 공통된 시각은 민주당 내 한반도 정책 자문 그룹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정부의 러브콜에 북한이 응답이 없다는 지적도 틀린 말은 아니다. 북한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수해 등으로 경제 상황이 크게 악화했지만,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외부 지원은 받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표면상 문을 닫고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한미 워킹그룹 운영을 놓고 자칫 통일부와 외교부 사이 엇박자로 비춰지는 모양새를 최대한 피하려 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25일 이인영 장관의 답변에 이어 “외교부는 통일부가 주관하는 남북 협력 사업이 제재 문제에 걸리지 않고 국제 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말 한 팀이 돼서 운영이 잘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가 25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가 25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한 정부 소식통은 “이 장관의 제안은 워킹그룹 운영을 앞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해보자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파트 분할 등 기구 개편을 미국에 제안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한미 워킹그룹은 지난 2018년 8월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가 임명된 이후 미국 측 요청으로 마련됐다. 한미는 이후 워킹그룹 회의를 10여차례 열어 비핵화 협상 방안은 물론 대북제재와 관련한 남북 인도적 지원 및 경제협력 사업도 조율해왔다. 하지만 비핵화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남북경협도 진척이 안 되자 여권 일각에선 “워킹그룹이 남북관계의 걸림돌”이라며 비난의 표적으로 삼았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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