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센징놈들 우르르" 韓 차별트윗 사과한 NHK, 삭제는 안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공영방송 NHK의 히로시마(広島) 방송국이 ‘조센징’(朝鮮人)이라는 표현이 담긴 한국인 차별 트윗을 올렸다가 뒤늦게 사과했다. 하지만 해당 트윗은 여전히 게재돼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NHK 히로시마가 운영하는 '만약 75년 전에 SNS가 있었다면? 1945 히로시마 타임라인' 트위터 계정에 한국인을 비하하는 '조센징'이라는 표현 등이 담긴 트윗이 올라와있다. [NHK 히로시마 트위터 캡처]

NHK 히로시마가 운영하는 '만약 75년 전에 SNS가 있었다면? 1945 히로시마 타임라인' 트위터 계정에 한국인을 비하하는 '조센징'이라는 표현 등이 담긴 트윗이 올라와있다. [NHK 히로시마 트위터 캡처]

25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NHK 히로시마 방송국은 지난 3월부터 '만약 75년 전에 SNS가 있었다면? 1945 히로시마 타임라인'이란 제목으로 태평양전쟁 당시 히로시마 원폭 투하 전후 상황을 가상 중계하는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신문기자, 주부, 중학교 1학년 등 당시 실존 인물 3명의 일기를 토대로 3개 트위터 계정에 가상 일기를 올리는 형식이다.

히로시마 방송국, 1945년 가상 트윗 사이트 운영 #중학생 트윗에 "조센징놈" 등 혐오 조장 표현 담겨 #논란 일자 사과…하지만 논란 트윗 삭제는 안 해

문제는 중학교 1학년 소년의 가상 트윗 일부에서 벌어졌다. 실제 고등학생이 운영하고 있는 해당 계정의 1945년 6월 16일 일기 트윗을 보면 “조센징 놈(朝鮮人の奴)들은 '이 전쟁 금방 끝나요', '일본은 질 거예요'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무의식중에 발끈해 분노에 차 받아치려고 했지만 중과부적. 게다가 상대가 조센징이라면 할 말이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패색이 짙던 당시 일본 사회상을 10대 학생의 시각에서 솔직하게 서술한 것으로 보인다.

이 중학교 1학년 학생은 전쟁이 끝난 같은 해 8월 20일엔 "조센징이다!! 전승국이 된 조센징 군중이 열차에 올라탄다!"는 가상 트윗을 올렸다. 이어지는 트윗에선 "'패전국은 나가!' 압도적인 위력과 박력. 고함을 치면서 초만원인 열차의 창문을 깨부수고 가서 앉아 있던 승객을 내팽개치고 깨진 창문으로 전원이 우르르 몰려왔다"고 덧붙였다. 일본 패망 후 재일 한국인의 기세에 눌린 일본인들의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NHK 히로시마가 운영하는 '만약 75년 전에 SNS가 있었다면? 1945 히로시마 타임라인' 트위터 계정에 한국인을 비하하는 '조센징'이라는 표현 등이 담긴 트윗이 올라와있다. [NHK 히로시마 트위터 캡처]

NHK 히로시마가 운영하는 '만약 75년 전에 SNS가 있었다면? 1945 히로시마 타임라인' 트위터 계정에 한국인을 비하하는 '조센징'이라는 표현 등이 담긴 트윗이 올라와있다. [NHK 히로시마 트위터 캡처]

온라인 상에선 이같은 내용이 일본의 가해 책임은 경시한 채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 정서를 조성할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이 상당하다.

논란이 커지자 방송국 측은 24일 홈페이지에 “전쟁(태평양전쟁) 시대에 중학교 1학년이 보고 들은 것을 충분한 설명 없이 발신해 현대의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배려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수기를 제공해주신 분이 1945년 당시에 가진 생각을 현재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오해를 낳아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고교생 등 관계자 여러분께도 폐를 끼친 것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방송국은 해당 트윗의 삭제 등 후속 조치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