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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가 버린 기술, SKT는 알아봤다…나녹스 상장 첫날 20%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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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SK텔레콤이 투자한 이스라엘의 차세대 의료 장비 기술기업 나녹스 가 개발한 디지털 기술 X-ray 촬영장비 ‘나녹스 아크’.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이 투자한 이스라엘의 차세대 의료 장비 기술기업 나녹스 가 개발한 디지털 기술 X-ray 촬영장비 ‘나녹스 아크’.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이 해외 의료장비 업체 투자에서 ‘대박’을 쳤다. SK텔레콤이 2대 주주로 참여한 이스라엘의 의료장비 기술기업 나녹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날 나녹스 주가는 21.7달러에 마감하며 공모가(18달러)보다 20.56% 올랐다.

이스라엘 디지털 X레이 업체 #방사선 노출 30분의1 상용화 추진 #미국 나스닥 상장, 성공 청신호 #SKT 2300만달러 투자 2대 주주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과 지난 6월 두 차례에 걸쳐 나녹스에 2300만 달러(273억원)를 투자했다. 현재 나녹스 지분 5.8%(260만7466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SK텔레콤은 전략적 투자자(SI)로 나녹스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국 내 생산기지 설립과 해외 시장 개척 등 신규 사업기회 발굴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은 나녹스와의 계약에서 반도체 등 핵심 부품 제조공장을 한국에 짓기로 했다. 또 한국과 베트남에서 나녹스의 사업을 독점할 권리를 갖기로 했다. 아직 제품 출시 전인데도 한국·베트남에서 주문량은 2500대에 달한다.

나녹스는 반도체를 이용해 X선을 만들어내는 ‘디지털 엑스레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손톱만 한 실리콘 반도체 속에 있는 1억여 개의 나노 전자방출기를 디지털 신호로 제어해 순간적으로 전자를 생성한다. 이것을 X선으로 전환해 촬영하는 기술이다.

디지털 엑스레이는 기존 진공관 방식의 엑스레이에 비해 촬영 속도는 30배 빠르다. 그만큼 방사선 노출 시간이 30분의 1로 줄어든다. 촬영 비용은 10%에 불과하다. 환자의 가슴을 누르지 않는 비접촉 촬영이 가능하다. 화질은 더 선명하다.

나녹스는 ‘신흥 성장기업’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현재 디지털 엑스레이 촬영장비인 ‘나녹스아크’의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이 회사의 란 폴리아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디지털 엑스레이가 상용화되면 공항에서 곧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국경을 폐쇄하지 않고도 격리 대상자를 식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래 디지털 엑스레이 기술은 일본 소니가 TV 화질을 높이기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해 연구·개발한 것이다. 2010년 회사 경영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당시 소니는 “기술은 좋은데 이걸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했었다. 나녹스는 소니의 TV 기술을 인수해 엑스레이용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하형일 SK텔레콤 코퍼레이트2센터장은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나스닥 기업공개(IPO)가 이뤄졌다”며 “나녹스의 기술력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녹스 투자를 기점으로 의료·바이오 분야의 융합 서비스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며 “경기도 수원이나 용인에 설립 예정인 나녹스의 제조공장을 의료·바이오 장비산업의 글로벌 전진 기지로 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은 “의료기기 분야는 정보기술(IT) 기반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어 삼성이나 SK 같은 회사가 진출하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녹스 사례처럼 외국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의료·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 분위기를 일으켜 국내 시장 규모를 키워가는 전략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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