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칼날’ 슬라이더 위력…김광현, 빅리그 첫 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23일 MLB에서 첫 승을 올린 김광현은 ’잊을 수 없는 밤“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23일 MLB에서 첫 승을 올린 김광현은 ’잊을 수 없는 밤“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또 메이저리그(MLB)에서 동시 선발 출격했다. 5일 전(18일)에는 류현진이 승리투수(시즌 2승)가 됐고, 김광현은 승패 없이 물러났다. 이번에는 입장이 바뀌었다. 김광현은 MLB 첫 승리를 거뒀고, 류현진은 승패는 없었지만 호투했다.

두 번째 선발등판 6이닝 무실점 #코로나와 외로움 이겨낸 보람 #류현진, 승패 없이 5이닝 1실점

김광현은 23일(한국시각) 신시내티 레즈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3구를 던졌다. 3피안타·3탈삼진·무실점 호투했다. 팀이 3-0으로 이기면서 김광현은 빅리그 등판 세 번째, 선발 두 번째 경기에서 첫 승리를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3.86에서 1.69로 내려갔다.

김광현은 18일 시카고 컵스와 원정 더블헤더 1차전에서 57구를 던졌다. 지난달 25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홈 개막전에서 첫 세이브를 신고한 후, 20일 넘게 등판하지 못해 투구 수를 조절했다. 신시내티전에서는 5이닝, 80구가량의 투구가 예상됐다.

김광현은 효율적으로 던졌고, 선발 두 번째 경기 만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선발 두 번째 경기 만에 6이닝을 소화한 것은 정말 대단하다. 첫 승까지 따내면서 팀에서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KBO리그 시절부터 최고 구종으로 꼽혔던 슬라이더가 위력적이었다. 삼진 3개를 모두 슬라이더로 잡았다. 신시내티 타선은 처음 경험한 김광현의 날카로운 슬라이더에 당황했다. 2회에는 3할 타자 제시 윙커를 맞아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다. 윙커는 방망이를 내던지는 등 성질을 냈다. 3회에 삼진을 당한 조이 보토는 소리를 지르며 불만을 표시했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김광현의 빠른 투구 템포 덕분에 경기 소요 시간은 2시간 15분에 불과했다”고 했다. 2타점 적시타를 친 유격수 토미 에드먼은 “김광현의 투구가 대단했다. 내야수로서 긴장할 수 있었다. 이런 투수를 보는 건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김광현은 “MLB 첫 승은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다. 오래 걸렸지만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간 우여곡절이 많아 빅리그 첫 승이 더욱 감격스러웠다. 원했던 MLB에 진출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이 계속 미뤄졌다. 그는 미국에서 개인훈련을 하며 버텼다.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3월에는 소셜미디어 계정까지 만들어 “나한테만 불행한 시기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되뇌어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힘들다. 하지만 또 참아야 한다”고 적었다.

버텨낸 김광현의 첫 보직은 마무리투수였다. 그는 담담히 받아들였다. 선발투수라는 간절한 소망은 결국 이뤄졌다. 선발투수 두 명이 부상으로 빠졌고, 그에게 선발 보직이 돌아왔다. 힘들게 얻은 기회를 멋진 승리로 연결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류현진은 탬파베이 레이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6탈삼진·1실점으로 역투했다. 두 경기 연속으로 볼넷을 내주지 않았다. 1-1로 맞선 6회 강판당해 승패를 기록하지 않았다. 평균자책점은 3.46에서 3.19로 떨어졌다. 토론토는 10회 연장 끝에 1-2로 졌다.

류현진은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게 목표였지만, 5회까지 94구를 던졌다. 일찍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투구 수가 100개에 육박한 상태였다. 110구나 던지게 해 류현진을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류현진도 “적은 투구 수로 더 많은 이닝을 던졌으면 좋았겠지만, 상대가 끈질기게 공을 쳐 냈다. 앞으로는 타석당 투구 수를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