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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격상땐…재택근무, 카페·학원 셧다운, 스포츠 올스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고 수위인 3단계로 한 단계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방역당국은 격상 필요성을 매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전문가들 “수도권이라도 먼저 격상 필요”, 지켜본다는 당국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23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거리두기 단계 상향과 관련 “유행의 양상과 규모, 그리고 확대되는 속도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3단계 적용에 대한 필요성을 매일매일 고민하고 있다”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내에서 필요성과 시기, 방법에 대해 계속 논의를 하면서 검토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 23일 오후 대전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 23일 오후 대전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정 본부장은 3단계에 해당하는 요건인 일일 확진자 수, 감염경로 불분명 비율 등의 지표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참고 기준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이런 지표를 참고해서 위험도 등을 평가해서 판단한다”며 “기준을 충족하면 반드시 (3단계로)가야 하거나, 충족을 못 했다 그래서 가지 않거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효과 나타나기까지 시간 상당, 즉각 올려야”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일 신규 환자가 400명에 육박하고 코로나19의 전국 대확산 양상이 뚜렷해진 만큼 당장 거리두기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엄중식 가천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고 적용하는데도 1~2주 정도 걸린다.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또 그로부터 2주가 걸려 한 달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봐야 한다”며 “2단계를 유지하면서 효과가 언제 나타날지 지켜보는 것보다는 빨리 3단계로 올려서 깜깜이 전파를 끊어내고 2단계로 내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 중인 23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새에덴교회에서 온라인 예배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 중인 23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새에덴교회에서 온라인 예배가 열리고 있다. 뉴스1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3단계 격상을 촉구했다. 그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빨리 3단계로 올려야 한다”며 “2단계를 유지하면서도 3단계일 때 하는 조처인 10인 이상 집회 금지는 하고 있다. 3단계로 올려야 한다고 인식하면서도 올리지 않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민 개개인이 (현 상황이) 3단계라고 생각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며 “모임도 하지 말고 외출을 결심해도 꼭 필요한지를 3번 숙고하고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한정해서라도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된 23일 오후 대전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된 23일 오후 대전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서울과 경기 지역만이라도 3단계로 하는 게 맞다”며 “대구·경북과 달리 상황을 심각하게 봐야 하는 이유는 인구가 워낙 많고 밀집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서울과 경기가 마비·봉쇄될 경우 우리나라 전체가 마비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거리두기를 먼저 올리고, 전국적 적용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하자는 얘기다.

그는 “조치를 하루 이틀 늦게 하는 것은 단순히 3~4일 뒤 상황이 아니라 확산 커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거리두기만큼 정확하고 효과적이며 강력한 정책이 없는 만큼 수도권이라도 격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이날부터 전국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적용했다. 지난 16일부터 서울과 경기에 한해 방역수위를 2단계로 상향 조정했고, 19일부터는 인천까지 포함한 수도권에 방역 강화 조치를 내렸다. 2단계는 일 확진자가 50~100명 미만일 때, 3단계는 100~200명 이상일 때 각각 시행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격상되면 사실상 일상 멈추는 봉쇄 효과

3단계로 격상되면 뭐가 달라질까.

2단계에서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 모임이나 행사가 금지된다면 3단계에서는 실내외 구분없이 10명 이상 모이는 모든 모임과 행사를 할 수 없다. 장례식도 가족 참석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모든 스포츠 경기와 행사는 중단된다. 다중이용시설도 필수 시설을 제외하고 모두 운영이 제한되거나 중단된다. 교회는 물론 성당과 절 등 모든 종교시설 행사가 금지된다.

거리두기 3단계에서는 고위험시설뿐 아니라 카페, 목욕탕, 예식장, 학원 등 중위험 다중이용시설까지 문을 닫는다. 음식점이나 이·미용실, 쇼핑몰, 소매점(옷가게 등), 안마원 등은 이용 인원수를 제한함과 동시에 ‘저녁 9시 이후 영업을 중단’하는 등 방역수칙을 의무로 지켜야 한다.

학교와 유치원은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거나 휴교나 휴원 조치에 들어간다.

공공기관은 필수적인 인력을 제외하고는 전부 재택근무로 전환한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오후 중대본 브리핑에서 “3단계로의 격상은 필수적인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제외한 모든 일상활동의 정지를 의미한다”며 “국민, 경제활동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과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결과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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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신중히 결정하겠다”

이 때문에 정부는 3단계 검토에 착수했다면서도 일주일간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에둘러 밝혔다. 윤태호 반장은 “이번 한 주간 확산 추세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3단계로의 격상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면서도 “3단계 조치는 거의 봉쇄에 가까운 조치다. 모든 국민이 고통을 감내해야 하고 장기간 지속하는 조치일 수밖에 없어 단기간에 최대한의 효과를 보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하면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3단계 거리두기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준비작업에 착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주 정도까지의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방역대책본부와 각종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해 신중하게 결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수연·이태윤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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