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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소유 홍대 주점 운영사 대표, 억대 세금 빼돌려 징역형

중앙일보

입력

홍대 앞 삼거리포차. [중앙포토]

홍대 앞 삼거리포차. [중앙포토]

양현석(50)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소유한 홍대 앞 주점ㆍ클럽 운영 법인의 대표이사가 수억원대 세금을 탈루하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이정민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ㆍ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씨디엔에이’ 대표이사 김모(52)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씨디엔에이 법인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012년 설립된 주식회사 씨디엔에이는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헌팅술집 ‘삼거리포차’ㆍ‘삼거리별밤’, 힙합클럽 ‘가비아’ 등을 운영하는 법인이다. 씨디엔에이 법인과 이들 세 업소는 모두 양 전 대표가 보유한 건물에 입주해 있다. 현재는 이 가운데 삼거리포차만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씨디엔에이가 지난 4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양 전 대표는 2019년 12월 기준 씨디엔에이 지분 70%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나머지 지분 30%는 양 전 대표의 동생이자 YG 전 대표이사인 양민석(47) 씨가 보유하고 있다.

재판부에 따르면 씨디엔에이 설립 때부터 대표이사를 맡은 김씨는 삼거리별밤과 가비아에 손님이 춤을 출 수 있는 공간과 특수조명시설, DJ박스 등을 설치하고도 유흥주점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했다. 이로써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70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가짜 세금계산서를 받아 부가가치세를 부당하게 공제받거나, 현금으로 받은 입장료를 장부에 적지 않는 수법으로 7400여만원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2015년ㆍ2016년ㆍ2018년에는 아내나 지인 명의로 지급한 허위 인건비를 계산에 넣어 소득을 숨기거나, 매출액을 축소하는 수법으로 법인세 5900여만원을 회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 뉴스1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 뉴스1

씨디엔에이는 실제로 나온 매출을 판매정보시스템(POS)에 주문취소ㆍ반품으로 입력하는 수법으로 매출액을 줄였는데, 이 중에는 양 전 대표가 연예인이나 지인들을 삼거리포차ㆍ가비아에 데려와 음식과 술을 시키면서 발생한 외상대금 3억2000여만원도 있었다.

김씨 측은 “양 전 대표가 외상대금을 갚으면 매출로 입력해 나중에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를 신고했고, 과세관청이 POS 시스템만 확인하면 외상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탈세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업소의 POS 시스템상 ‘외상’ 항목을 입력할 수 있었음에도 김씨는 점장 등에게 ‘주문취소’ 처리를 하게끔 지시했다”며 “이 경우 과세관청으로서는 별도 세무조사 없이는 매출 누락분 발견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상매출 발생 시점과 사후변제 시점 사이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상당한 간격이 존재하고, 세무조사 당시까지도 총 2억4800여만원가량이 변제되지 않았다”면서 “변제 시기나 금액도 일정하지 않은 데다 서울지방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된 시점에서야 비로소 사후변제와 관련 과세신고가 이뤄졌다”며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회삿돈을 자신이나 아내 명의 계좌로 빼돌려 6억497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검찰은 이를 포괄일죄(여러 범행이 하나의 죄를 구성함)로 보고 범죄액 5억원 이상인 경우 적용하는 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같고 범행 기간이 일부 중첩되기는 하나, 범행 장소와 방법 등이 다르고 횡령금의 성격도 다르다”며 수법이 다른 2건의 죄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이 경우 범죄 가액이 특경법상 횡령 적용 기준인 5억 원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업무상 횡령 혐의만 적용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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