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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마스크 안쓴 사람 있더라" 혀내두른 코로나 완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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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임신부(기사 내용과 무관), 박현 부산대 기계공학과 겸임교수, 이정환씨. [픽사베이, 박 교수 페이스북, 이씨 유튜브 캡처]

왼쪽부터 임신부(기사 내용과 무관), 박현 부산대 기계공학과 겸임교수, 이정환씨. [픽사베이, 박 교수 페이스북, 이씨 유튜브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2차 대유행' 우려가 나온다. 교회 발(發) 집단감염 확진자가 폭증하면서다. 코로나 19에 걸렸다가 완치된 이들은 현 상황을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들은 "일부가 방역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나도 걸릴 줄 몰랐다. 언제 어디서나 마스크를 바르게 쓰는 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완치자 3인 “당신도 걸릴 수 있다”

21일 대전 서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시민을 상대로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1일 대전 서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시민을 상대로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5월 코로나 19에 걸렸다가 25일 만에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30대 여성 A씨. 그는  ‘깜깜이 확진자’로 불리는,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무증상 확진자였다. 쌍둥이를 임신한 탓에 어느 날 사라진 후각이 임신 증상인 줄로만 알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간 병원에서도 “임신 중 후각 상실은 꽤 흔한 증상이다. 발열도 없어 코로나 19가 아닐 수 있는데 그래도 검사를 받겠냐”는 말을 들었다. 검사를 강행한 결과 양성이었다. A씨는 21일 “건물 출입 때 발열 체크에도 한 번도 걸려본 적 없다”며 “검사를 안 받아서 모르는 거지 우리 주변에 무증상 확진자가 많다고 생각하면 두렵다”고 말했다.

‘부산 47번 환자’로 통하는 박현(48) 부산대 기계공학과 겸임교수도 A씨처럼 감염 경로를 아직도 모른다. 스페인 라몬유대 교수인 그는 지난 2월 미국을 거쳐 부산대 특강을 위해 귀국했다가 지난 2월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박 교수는 “한국에 와서 집-대학-피트니스클럽 딱 세 군데만 다니다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 3월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5개월 넘게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집중력 저하, 가슴·배 통증, 속 쓰림, 피부색 변화, 만성 피로 등이 그가 밝힌 증상이다. 그는 페이스북 페이지 ‘부산47’에 투병기를 공개하고 있다. 박 교수는 “적응할 만하다 싶으면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 이젠 내 몸이 아닌 것 같다”며 “집중도 안 돼 수업도 못 하겠다. 1년을 쉴 생각이다. 머리로 먹고사는 게 끝이 났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19를 두고 ‘완치’ 표현을 써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완치란 표현이) 코로나 19를 감기처럼 한 번 앓고 나면 그만일 병으로 착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완치자’라는 표현을 ‘회복자’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확진돼 약 두 달 만에 완치 판정을 받은 대학생 이정환(25)씨는 “이렇게 일찍 대유행 사태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입원 당시 병원 감염내과 교수들에게 올가을께 코로나 19 대유행이 찾아올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다.

“다신 겪고 싶지 않은 고통”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 도심내 집회금지를 알리는 팻말이 서있다. 뉴스1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 도심내 집회금지를 알리는 팻말이 서있다. 뉴스1

일부 교회와 광화문 집회 등을 고리로 전국적으로 코로나 19 감염이 확산하는 현 사태를 보면서 코로나 19를 직접 경험한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A씨는 “내가 확진됐을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기본 수칙”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가끔 산책하러 나가면 마스크를 안 쓴 이들을 지금도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씨는 “방역 지침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일부 사람이 그러지 않는 모습을 보며 안타깝다”며 “코로나 19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라 조심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유행을 가르는 분기점은 이번 주말부터 이달 말까지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15일 광화문집회를 기점으로 잠복기를 고려하면 이달 말까지 확진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대유행 갈림길에 선 엄중한 상황이다.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수칙을 더욱 강조한다”며 “당분간은 이른바 ‘3밀(밀폐·밀집·밀접)’은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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