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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독재자 비위 맞추던 시절 끝났다…동맹과 함께 하는 대통령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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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가 지명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분열을 통합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가 지명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분열을 통합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0일(현지시간) 분열의 시대를 끝내는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통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서 벗어나 동맹 관계를 복원하고 리더십을 회복하겠다고도 했다.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 #트럼프 고립주의 외교정책 탈피 선언 #"지지층 아닌 미국의 대통령 되겠다" #통합 강조하며 트럼프와 차별화 #트럼프 지지자들 현장서 맞불 집회도

바이든 후보는 이날 델라웨어주 체이스센터에서 수락 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동맹 및 우방과 함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독재자에게 비위를 맞추는 시절은 끝났다고 우리 적에게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권과 존엄성이라는 우리가 믿는 가치를 항상 지지할 것"이라면서 "보다 안전하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세상을 위한 공동의 목적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권위주의적 지도자들과의 친분을 내세우고, 동맹보다는 경제적 타산을 따지는 트럼프식 외교와 선을 긋겠다는 의미다.

다만 연설에서 러시아의 부당한 행위와 외세의 선거 개입을 거론했지만, 한반도나 북핵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조 바이든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의 출사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조 바이든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의 출사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내치에선 통합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바이든은 “나는 민주당 후보이지만 미국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면서 “나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 나를 지지한 사람에게 하듯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금은 "당파적 순간이 아니라 미국의 순간이 돼야 한다”고 했다. 지지층 결집을 대선 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와의 차별성을 부각한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어둠, 자신을 빛으로 그렸다. 그는 “현 대통령은 너무 오랫동안 미국을 어둠으로 덮었다”면서 “너무 많은 분노, 과도한 두려움, 지나친 분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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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게 대통령직을 맡겨주면 나는 최악이 아니라 최선을 끌어낼 것이며, 어둠이 아닌 빛의 동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우리가 단합하면 미국은 어둠의 계절을 이겨낼 수 있고 또 그럴 것이다. 우리는 두려움보다는 희망, 허구보다는 사실, 특권보다는 공정함을 선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은 미국이 사상 최악의 어려운 순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역사적인 사건 4개가 동시에 닥친 ‘퍼펙트 스톰’ 상황”이라면서 ^100년 만에 최악의 질병 대유행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 ^1960년대 이후 가장 강렬한 인종적 정의 요구 ^기후 변화의 현실과 위협을 꼽았다.

그는 “지금 대통령에게 4년을 더 준다면 그는 지난 4년 동안 했던 그대로일 것”이라면서 “책임지지 않고, 이끌기를 거부하며, 남을 탓하고, 독재자 환심을 사고, 증오와 분열의 불씨를 부채질하는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 지지자들이 야외 주차장에 마련된 대형 화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 지지자들이 야외 주차장에 마련된 대형 화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바이든은 체이스센터 안에서 관중 없이 라이브로 연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서도 트럼프 캠프와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대신 야외 주차장에 대형 스크린을 걸고 자동차 극장처럼 꾸며 사전 예약한 당원들을 초대했다.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듣기 위해 지지자들이 모였다. [윌밍턴=박현영 특파원]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듣기 위해 지지자들이 모였다. [윌밍턴=박현영 특파원]

그 안에 들지 못한 지지자들은 센터 남쪽 주차장에 모여 바이든의 후보 수락을 지켜봤다.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가 지명 수락 연설을 한 뒤 야외 무대로 걸어 나와 지지자들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불꽂놀이를 마지막으로 나흘간의 행사가 막을 내렸다. [AFP=연합뉴스]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가 지명 수락 연설을 한 뒤 야외 무대로 걸어 나와 지지자들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불꽂놀이를 마지막으로 나흘간의 행사가 막을 내렸다. [AFP=연합뉴스]

바이든은 연설을 마친 뒤 부인 질 여사와 야외무대로 걸어 나와 지지자들에게 인사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와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도 함께였다. 화려한 불꽃놀이가 하늘을 수놓았고, 탄성과 박수 속에 바이든을 대선 후보로 선출하기 위한 나흘간 전당대회가 마무리됐다.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듣기 위해 지지자들이 모였다. [윌밍턴=박현영 특파원]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듣기 위해 지지자들이 모였다. [윌밍턴=박현영 특파원]

직접 만든 ‘바이든-해리스 2020’ 푯말을 들고 현장에 나온 마티 그래니(델라웨어주 미들타운 거주)는 “바이든이 대선 후보가 돼 트럼프를 이기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역사적인 사건을 직접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친구들 이익을 위해 권력을 사유화하는 트럼프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바이든 지지 이유를 밝혔다.

델라웨어주 도버에서 왔다는 지지자가 “75일 뒤면 트럼프가 내려온다. 며칠?”이라고 외치자 모인 사람들이 일제히 “75일!”이라고 답하며 받아주기도 했다.

마지막 날 전당대회 출연자들도 날카로운 유머를 곁들여 바이든 지지를 호소했다. 사회를 맡은 배우 줄리아 루이스 드라이푸스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앤드루 양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이름을 ‘핀스’ ‘페인스’로 일부러 잘못 발음한 뒤 “미국답지 않은 이름”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해리스 부통령 후보 이름 카멀라를 발음하기 어렵다며 “외국 이름”이라고 조롱한 걸 받아친 것이다.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윌밍턴=박현영 특파원]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윌밍턴=박현영 특파원]

행사장 인근에선 트럼프 지지자 100여명도 모여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트럼프 2020’ ‘소름 끼치는 조(트럼프가 붙인 바이든 별명)는 물러나라’ ‘미국 우선’ 등의 구호를 적은 푯말을 들고 일대를 행진했다. 반(反) 바이든 구호가 적힌 전광판 트럭 10여대도 주변을 돌았다.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 지지자인 여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인 남성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윌밍턴=박현영 특파원]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 지지자인 여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인 남성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윌밍턴=박현영 특파원]

트럼프 지지자들과 바이든 지지자들의 설전도 벌어졌다. 한 20대 공화당원은 바이든의 “나를 찍지 않으면 당신은 흑인이 아니다” 발언을 거론하며 “바이든은 인종주의자”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남성 공화당원은 중년 여성 민주당원과 즉석에서 낙태문제를 놓고 찬반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당적과 관계없이 선택을 고민하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42년째 공화당원이라는 도나 듀발은 올해 선거에서는 바이든을 지지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직의 진실성과 품위를 내던져 버린 트럼프는 이제 그만 내려와야 한다"면서 "지난 4년간 저지른 문제는 어떻게 고쳐볼 수 있겠지만, 만에 하나 4년 더 가면 우리가 알던 미국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든이 당선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윌밍턴(델라웨어주)=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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