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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머니]증시 세대교체시킨 팬데믹…6070 팔고 2030 샀다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주식투자자의 세대교체'입니다. 상대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려는 성향이 큰 젊은 세대는 위기를 기회로 인식해 주식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들이 시장을 주도하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온라인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의 어플리케이션 화면. 가입시 공짜 주식을 랜덤으로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미국의 온라인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의 어플리케이션 화면. 가입시 공짜 주식을 랜덤으로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6070은 리스크 오프

=미국의 65세 이상 투자자 열 명 중 세 명은 지난 2~5월 가진 주식을 전부 팔았다. LPL 리서치·피델리티 자산의 연구 결과다. 나이가 많을수록 '리스크 오프(위험 회피)' 성향이 강했다. 60~64세(26.3%)보다 70세 이상(30.9%) 투자자가 더 많이 팔았다.

=그럼 주식을 산 건 누굴까? 2030이다. 온라인 주식 플랫폼 '로빈후드'는 '미국판 동학개미'라 불린다. 수수료가 거의 없고, 가입 시 랜덤으로 공짜 주식을 주는 이벤트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사용자 평균 연령이 31세인 '로빈후드'에선, 평균 연령이 52세인 '찰스슈왑'과 어떤 다른 일이 벌어졌을까. 1분기 주식 거래량은 40배, 옵션 거래량은 88배였다.

#사세 사세 젊어서 사세

=투자자가 젊어진 건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2030은 국내 동학개미운동의 핵심이었다. 이미 많은 증권사가 이번에 2030 신규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의 상반기 신규고객 중 33.8%는 20대, 27.37%는 30대였다. 새 고객 열 명 중 여섯 명은 2030이었던 셈이다. KB증권과 삼성증권도 같은 기간 늘어난 고객 중 2030 비율이 각각 56%, 52.5%에 달한다고 알렸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주식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는 이들이 68.3%나 됐다. 텔레그램 채널 구독자 1200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건데, 응답자 중 30대 비중이 가장 높았고(48.8%) 평균연령은 38.5세였다.

20일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의 보고서 내용 중 일부. 온라인 매매 중 MTS의 비중이 HTS를 앞질렀다.

20일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의 보고서 내용 중 일부. 온라인 매매 중 MTS의 비중이 HTS를 앞질렀다.

#투자 트렌드 바꾸는 2030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30 투자자에 대해 "재무제표 등 기본적 분석 대신 앱의 편리성과 신경제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투자를 '놀이'로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휴대폰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MTS가 컴퓨터로 주식을 거래하는 HTS를 앞질렀는데, 이런 배경엔 2030이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간편 송금서비스(20대의 53.5%, 30대의 42.8%)와 인터넷전문은행 모바일뱅킹(20대의 39.6%, 30대의 30.7%)의 주 고객이기도 하다.

=주가수익비율(PER) 등으로 적정주가를 평가하는 가치투자 관점에선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최근 벌어진 배경에도 2030이 있다. 기존의 중년 투자자가 애널리스트 리포트나 업계 종사자로부터 지식을 얻었다면 2030은 유튜브(40%)나 지인(35.2%)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잡코리아 조사). 이러한 출처 변화는 '지금까지 얼마나 컸느냐' 보다 '앞으로 얼마나 커지겠느냐'에 상대적으로 집중하게 했고, 결과적으로 성장주가 날개를 다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늘 이럴 거란 기대는 안 돼

=두 자릿수를 유지하던 국내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세 자릿수로 늘자 18일 개인 투자자가 순매도에 나섰다. 앞으로도 2030이 '리스크 온'으로 남을진 알 수 없다. 김 연구원은 "향후 개인 투자자의 추가 자금 유입과 매수 종목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반기는 흥미로운 시장이었다. 3월 1400대까지 고꾸라졌던 코스피는 반등에 성공했고, 이달 초엔 2400대까지 올라왔다. 재미를 본 투자자도 많았다. 하지만 한 증권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처음 주식시장에 뛰어든 2030이라면 증시가 늘 이럴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귀띔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가장 충격에 빠진 건 주식 호황기인 2006~2007년에 증권가에 발을 들인 이들이었다고 한다.

문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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