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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머니] 9월 16일 코스피 운명의 날? 동학개미 떨게하는 ‘공매도 부활’

중앙일보

입력

“공매도 시작되면 무조건 발 뺍니다.” “폭락장 예상합니다.”

최근 주식 투자자 사이에선 공매도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폭락장’이 온다는 우울한 전망이 있어서죠. “시장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습니다. 공매도, 대체 뭐고 왜 논란일까요?

공매도. 셔터스톡

공매도. 셔터스톡

#20년째 개미 최대 적?

=‘공매(空賣)도’는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파는 행위다. 주식을 실제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향후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다시 주식을 사들여 갚는 걸 뜻한다. 1996년 기관투자자(시장조성자)에게, 1998년 외국인 투자자에게 허용됐다. 개인투자자도 공매도를 할 수는 있지만, 대주한도나 담보비율 등 제약조건이 많아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매도는 현재 ‘한시적 금지’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폭발적으로 확산했던 지난 3월 코스피가 1400대까지 떨어지면서 주가 폭락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통상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하락을 더 부추기는 촉매로 꼽힌다. 금융 당국은 오는 9월 16일까지 6개월 간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에 대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단 ‘시장조성자’ 역할을 하는 기관투자자의 공매도는 여전히 허용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미국도 코로나19가 진정이 안 되니까 통화스와프를 6개월 연장했는데 공매도도 비슷한 거라고 생각한다”며 “8월 중 공청회를 거쳐 재개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조치 연장 가능성에 불을 지핀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13일 공매도 관련 공청회를 열고 연장 여부를 논의한다.

11일 한 주식투자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9월 재개 예정인 공매도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11일 한 주식투자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9월 재개 예정인 공매도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코스피 2400 돌파, 공매도 금지 덕분?

=코로나19가 본격화한 3월에는 증시에 대해 암울한 전망이 많았다. 상승하더라도 일정 기간 등락을 반복하는 ‘W'자 반등을 할 것이란 분석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예측과 달리, 코스피는 ’V'자 상승세를 나타냈다. 11일 장중 한때 코스피는 2400선을 돌파했다. 연 저점(1457.64)인 지난 3월 19일 대비 64% 넘게 올랐다.

=다수의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 하락을 막은 건 공매도 금지”라고 주장한다. 공매도 한시적 금지로 개인 투자자들이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 없이 마음 놓고 주식을 구매하는 ‘동학개미운동’도 힘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로 (유동성)수급이 늘어나 증시에 '플러스' 요인이 됐다”고 봤다.

=공매도 금지 때문이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최근 잇단 부동산 규제 강화로 갈 곳을 잃은 현금이 증시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3일 50조3546억원에 달했다.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미국 나스닥 지수도 1만1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찍으면서, 업계에선 “(국제적으로) 유동성 장세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고 보고 있다.

=공매도 금지가 실제 주가 하락을 막는 효과가 있는지도 미지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월 1일부터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금지됐으나, 이후 한 달간 코스피는 30% 넘게 폭락했다. 공매도 금지로 오히려 비슷한 성격의 선물 거래가 폭증하면서 사실상 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선물거래는 특정 상품에 대해 미래 일정 시점의 가격을 미리 정해두고 매매하는 거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 3월 전체 주식선물 거래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8% 급증했다.

#금지 연장 VS 재개

공매도 금지.

공매도 금지.

=개인 투자자 사이에선 공매도를 폐지하라는 주장이 압도적이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대량 공매도가 선량한 소액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주장이다.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매도 폐지’ 청원은 이틀 만에 6000명 넘는 동의를 받았다. 여권에서도 일부 폐지론이 나온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특별위원장은 “대형주가 아닌 중‧소형주에 대한 공매도는 부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론도 적지 않다. 공매도가 아예 금지되면 상승에만 베팅해 시장에 거품이 끼는 게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오히려 증시 과열 부담이 가중됐다”며 “공매도가 재개돼도 상승 추세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지됐던 공매도가 재개됐지만, 코스피가 금세 상승으로 돌아섰던 점이 근거다.

=공원배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시장에 투자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접근성’인데, 공매도는 다양한 포지션을 구사할 수 있어서 접근성으로 작용한다”며 “외국인 입장에선 (공매도 재개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해외 주요국 가운데선 장기간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국가가 없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미국·영국·독일 등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한 적이 없고,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은 지난 3월 한시적 금지 조치를 했다가 5월 해제했다.

성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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