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 와중에 전세통계 손보려다 혼쭐난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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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0주 연속 올랐다. 임대차 3법 여파로 전세 품귀 현상이 심해지면서다. 전세 통계를 개편한다고 발표했던 정부는 한발 물러섰다. ‘또 다른 통계 조작’이란 비판에 기존 통계는 그대로 두고 보조지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기재차관 “기존 통계 유지, 보조지표 만들 것” #서울 전셋값 60주, 수도권 54주 연속 상승

2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7일 기준) 서울 지역 전세가격지수가 전주 대비 0.12% 상승했다. 장마 영향에 이전 주(0.14%)보다 상승률이 0.02%포인트 소폭 낮아졌을 뿐 오름세는 꺾이지 않았다. 60주째 상승이다.

20일 서울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뉴스1

20일 서울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뉴스1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도 54주 연속 올랐다. 17일 조사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17%다. 지난주(0.18%)에 이어 여전히 높은 상승률이다. 계약 갱신 청구권(2+2년)과 전·월세 상한제(5%)의 시행과 맞물려 집주인이 미리 전세 보증금을 올려 받는 흐름이 뚜렷한 탓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 호가가 크게 상승했는데, 당분간 신규 계약에서 이런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장마 등으로 거래가 주춤한 점을 감안하면 상승 폭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날 감정원이 발표한 전세 가격 통계는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됐다. 19일 정부는 갱신 계약분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세 통계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갱신 계약은 신규 계약보다 전셋값 변동이 적기 때문에 통계상으로 상승 폭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근본적 처방 대신 다시 ‘통계 마사지’를 선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2018년 통계청장까지 교체하며 가계 양극화 지표를 개편했다가 시계열 비교가 단절되는 등의 문제를 초래한 전례가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제14차 비상경제 중대본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제14차 비상경제 중대본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논란이 번지자 하루 만에 정부는 수습에 나섰다.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전세 통계 개편은) 일각에서 우려하는 기존 통계 개편 방식이 아니다”라며 “기존 통계를 유지하면서 갱신 계약을 보다 잘 반영하는 보조지표를 만들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차관은 “정책 목적을 위한 표본의 재설계는 국가승인통계 성격상 할 수 없다”며 “표본 보정을 고려하고 있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전세 통계 개편 자체를 취소한 건 아니다. 김 차관은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이 포괄되는 보완 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6월에는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된다”며 “그러면 모든 계약이 반영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므로 전세 통계의 포괄 범위 문제도 그때에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김경희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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