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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버스 79대 전국 퍼졌다, 교회감염 이어 8·15 집회발 악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도권 교회를 중심으로 교회 발(發) 집단감염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8·15 광화문 집회에서 비롯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방에 거주지를 둔 집회 참석자가 지방으로 돌아온 뒤 서울 외에서 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최근 집단 감염은 8·15 집회 이전부터 교회를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여기에 광화문 집회가 추가 확산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강원·충북·대전 등서 집회 관련 감염자 속출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열린 8ㆍ15 대규모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집회를 마친후 경찰 저지선을 뚫고 사직로에서 청와대로 가던 중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열린 8ㆍ15 대규모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집회를 마친후 경찰 저지선을 뚫고 사직로에서 청와대로 가던 중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19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집회와 연관성이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는 19일 정오 기준 총 10명이다. 방대본 추산에 의하면 서울·경기·경북·부산에서 각 2명이 확진됐으며 인천과 충남에서도 각 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그러나 확진된 10명은 자발적으로 선별진료소를 통해 검사에 응한 경우여서 향후 집회 관련 감염자가 이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방대본은 보고 있다.

실제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방대본 추산 10명 이외에도 강원·충북·대전 등에서도 집회 관련 확진자가 보고되고 있다. 충북도에 따르면 청주시 흥덕구에 사는 50대 북한 이탈주민 역시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강원도 춘천시 신사우동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1명이 지난 15일 정오쯤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가 18일 귀성 후 양성 판정을 받았다. 대전에서는 중구와 서구에 각각 거주하는 175·176번 확진자를 비롯해 20일까지 총 5명의 집회 관련 확진자가 나왔다. 20일 경북에서도 집회 관련 확진자 4명이 추가로 나왔다.

방대본 “교회와 관계없는 집회감염 우려 현실화”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연합뉴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연합뉴스

특히 방대본이 19일 공식 언급한 10명의 집회 발 확진자는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랑제일교회와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돼 새로운 집단감염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집회에서 접촉으로 인한 추가적인 감염 확산 우려가 현실화한 상황”이라며 “확진자 숫자가 워낙 많은 데다 격리 입원된 확진자를 대면해 여러 상황을 물어봐야 해 심층조사 과정이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잠복기가 3일에서 최대 2주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8월 말까지 전국 단위의 감염자 증가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집회 발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지자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8·15집회에 동원된 전세 버스는 총 79대 규모(약 3000명)로 경남 22대, 경북 12대, 전남 6대, 전북 4대, 충남 5대, 대전·세종 1대 등 전국에 걸쳐 있다. 그러나 각 지자체가 파악한 규모는 이보다 많다. 대전시가 전세버스조합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버스 25대가 약 750명의 집회 참석자를 태우고 상경한 것으로 파악됐고, 대구에서도 전세버스 49대가 총 1600여명을 태우고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추산됐다. 강원도에서도 관광버스 9대(춘천 7대, 강릉2대)를 통해 약 200여명이 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버스 상경 수천명…서울·강원 '검사이행 행정명령'

경찰청은 지난 광복절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 당시 질서유지를 담당했던 경찰 대원 약 7000여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했다. 사진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뉴스1.

경찰청은 지난 광복절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 당시 질서유지를 담당했던 경찰 대원 약 7000여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했다. 사진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뉴스1.

지자체는 집회 참석인원과 버스업체 관계자 등을 중심으로 참석자 명단을 추려내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는 상태다. 각 지자체는 경찰과 협의 하에 GPS를 통한 휴대전화 추적 등 방법으로 명단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참석자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 15일 광화문 주변 기지국 접속자 중 30분 이상 체류자를 대상으로 통신정보를 수집해 이를 방역당국에 제출하기로 했다.

8일과 15일 대규모 집회가 열린 서울시와 강원도의 경우 19일 집회 참석자 전원과 사랑제일교회 방문자 전원에 대해 진단 검사를 강제하는 '검사이행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경찰 역시 광화문 집회에 투입된 경찰 병력 7613명 전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 테스트를 하기로 했다. 대전의 경우 집회 참석자 750여명 중 167명이 자진해 검사를 받았고 모두 음성으로 판명된 상태다.

2m 거리 안 지키고 마이크 돌려쓰기도

15일 집회에서 마스크를 벗고 연설중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유튜브 캡쳐

15일 집회에서 마스크를 벗고 연설중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유튜브 캡쳐

방역당국은 15일 집회 당시 약 2만명이 넘는 인원이 몰리다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은 것을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다. 현재 확진판정을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는 15일 집회에서 마스크를 내린 채 마이크를 들고 연설을 한 후 이 마이크를 다른 집회 참가자가 사용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이전에도 야외에서 캠핑 등 여러 기회를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됨을 확인한 바 있다”며 “2m 이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고 마스크 착용이 미흡할 경우 전파가 된다는 점이 명명백백히 확인됐다”고 말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조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조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편 19일 0시 기준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283명, 해외 유입은 14명이다.

허정원 기자, 전국종합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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