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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대출 받아도 신용등급 멀쩡…'마이너스 카드'의 부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마통(마이너스통장)’에 이어 ‘마카(마이너스카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신용대출 규모가 급증하면서 은행권뿐 아니라 카드업계도 대출수요 잡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이너스카드는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상품 중 하나다. 일반 카드론은 한 번 대출금액을 상환한 뒤 다시 대출을 받으려면 재약정을 해야 한다. 그만큼 대출 횟수가 늘어 신용등급이 하락한다. 반면 마이너스카드는 일정 한도와 기간 내에 대출자가 원할 때 언제든지 고정금리로 대출·상환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한도 내에서 여러 번 대출을 받더라도 신용등급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은행권의 ‘마이너스통장’과 비슷한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자를 타깃으로 한다.

우리카드가 14일 카드론 상품의 일환인 '우카 마이너스론'을 출시했다. 우리카드

우리카드가 14일 카드론 상품의 일환인 '우카 마이너스론'을 출시했다. 우리카드

여러 번 대출받아도 신용등급 영향 없어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지난 14일 신용도가 우수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카드론 상품 ‘우카 마이너스론’을 출시했다. 연 4.0~10%의 금리로 1년 약정기간 동안 1억원 한도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기존 카드론 금리가 13~14%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이자비용이 적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건건이 대출신청을 새로 해야 하는 기존 카드론과 달리 약정기간과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서 불편함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카드도 9월 출시를 목표로 마이너스카드 상품을 준비 중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일반 카드론과 비교해 같은 한도 내에서 좀 더 자유롭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며 “신용 관리 측면에서도 편의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많이 떨어지면서 과거에 비해 카드론 홍보 효과가 커졌다”며 “은행권의 마이너스통장 같은 개념으로 고정고객을 모으는 것”이라고 했다.

마이너스카드는 2000년대 초반 처음 등장해 반짝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가 2003년 카드론 연체율 급증으로 신용불량자가 쏟아진 카드 사태가 터지면서 인기가 주춤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사실상 새로 마이너스카드 상품을 출시한 회사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간 유일한 마이너스카드 상품은 신한카드가 2008년 출시해 판매 중인 마이너스론이었다.

마이너스카드가 최근 부활한 건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대출 수요를 잡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전분기 대비 25조9000억원 늘어난 1637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일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등 기타대출 잔액은 9조1000억원 급증했다. 한편 국내 주요 카드사 7곳에 따르면 6월 기준 카드론 이용액도 3조94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대출 빚.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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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대출' 족 공략…대출 부실 우려도

금융권에선 최근 부동산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진 데다 집값도 급등하면서 카드업계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족을 공략할 것으로 보고 있다. 1금융권에서 한도를 채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 가운데 추가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을 잡기 위해 마이너스카드 상품을 출시했다는 분석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사태 때와 달리 최근에는 고객의 신용 데이터가 축적돼 리스크 관리가 쉬워졌다”며 “1금융권 고객 가운데 신용등급을 관리하면서 추가 대출이 필요한 고객에게도 (마이너스카드의)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금리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고정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카드론 자체가 1금융권의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데다 중·저신용자 수요가 높은 만큼 이 같은 카드론 확대가 향후 대출 부실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최근 급증한 신용대출을 관리하는 가운데 해당 상품이 운영되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과도한 신용대출이 주택시장 불안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철저히 지켜달라”며 “금융당국도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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