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간질' 너무 소홀하면 병 키운다

중앙일보

입력

간질은 편견과 무지가 심한 대표적질병이다. 지난 15~16일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대한간질학회 학술대회에서 소개된 일반인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간질치료와 관리에 대해 알아본다.

간질은 뇌의 특정부위에서 생긴 이상한 전기방전이 주변 뇌로 퍼지면서 발작을 일으키는 병. 유병률은 전인구의 1% 정도나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2만명의 새로운 간질환자가 발생해 50만명 정도가 간질 때문에 고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간질의 원인은 뇌기형.뇌손상.뇌의 감염(뇌염).뇌손상.뇌종양 등 다양하며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날 학회에 참석한 부산대 의대 소아신경학 황태규 교수는 "소크라테스.도스토예프스키.모파상.반 고흐.파가니니 등이 간질환자였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간질은 발작 순간을 제외하면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 고 말했다.

하지만 간질발작이 반복되면 그로 인해 뇌손상이 올 수 있으므로 발작을 하지 않도록 치료받아야 한다는 것.

간질 치료의 가장 흔한 문제점 중의 하나가 제대로 된 간질 치료를 못 받는 환자가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간질은 발작 형태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며 치료약도 다르다. 따라서 우선 발작 형태와 뇌파검사.뇌촬영 결과에 따라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몇초동안 멍한 상태' 등 초기 증상 지나치지 말아야

환자 70~80% 치료 가능…발작형태·시간 잘 관찰해야

특히 간질 발작은 의사가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보호자는 발작 당시 양상을 잘 관찰해 담당의사에게 정확히 설명해줘야 한다.

예컨대 몇초 동안 의식 없이 멍한 상태로 있는 결신(缺神)발작 환자에게 부분발작에 쓰는 항 경련제를 치료해도 전혀 효과가 없다. 다른 종류도 마찬가지다.

계명대 의대 신경과 이상도 교수는 "간질이 아닌데 간질로 오인돼(표 참조) 장기간 간질치료를 받는 경우는 물론 심지어 약에 효과를 못보는 난치성 간질이란 판단하에 수술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도 있다" 고 실태를 밝힌다.

우리나라 간질환자나 보호자 중엔 '간질은 원래 치료가 어렵다' 는 잘못된 생각으로 약에 대한 반응이 별반 신통치 않아도 계속 같은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지적됐다.

서울대 의대 소아신경학 황용승 교수는 "간질은 종류나 뇌손상 여부 등에 따라 치료효과가 다르지만 현재 전체 환자 중 70~80%는 치료할 수 있다" 고 들려준다.

따라서 보호자는 항 경련제를 먹는데도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땐 즉시 담당의사에게 환자 상태를 정확히 설명해줘야 한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 환자는 몸무게가 증가함에 따라 약의 용량을 계속 늘려야 하므로 체중이 늘어난 사실을 담당의사에게 수시로 알려줘야 한다.

영.유아기엔 열 때문에 발작이 나타나는 열성경련과 간질을 구별해야 한다. (표 참조) 간질환자도 열이 나면 발작이 잘 일어난다.

또 영.유아는 뇌막염.뇌염.단순 감기일 경우에도 경련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인제대 의대 일산백병원 소아신경학 김동욱 교수는 "열과 함께 발작이 있을 땐 무조건 열성경련으로 판단하지 말고 발작시간.발작형태.열과의 관계 등을 잘 관찰한 후 의사에게 설명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