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박능후·이정옥·구윤철…장관들도 한달만에 집 내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연합뉴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연합뉴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은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상가주택(신고면적 446.1㎡)을 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놨다. 부인 명의의 건물이다. 건물가격만 8억5000만원(신고 가격기준)이다.

정 총리, 공무원 다주택 처분 압박

상가주택 매물로 내놓아 

구 실장은 아직은 2주택자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56.6㎡,12억9600만)를 갖고 있다. 역시 부인 명의다. 이 때문에 ‘똘똘한 한 채’를 남겨둔 것 아니냐고 의심할 수 있지만, 개포동 아파트는 분양권이다.

구 실장은 “분양권은 등기하기 전 팔지 못한다”며 “우선 백현동 건물을 부동산에 내놨다. 적극적으로 팔려고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사무실 쓰려했던 오피스텔도 처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본인 명의의 수원 광교신도시 오피스텔(22.8㎡·1억5360만원) 처분에 나섰다. 박 장관은 광교신도시에 아파트(100.9㎡·7억4800만원)도 한 채 갖고 있다. 이에 그간 다주택 장관으로 분류되자 오피스텔 처분을 결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박 장관이 노후에 사무실 용도로 쓰려 광교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한 채만 남기고 처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뉴스1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뉴스1

다주택 꼬리표 떼기 확산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정부부처 장·차관 사이에서 ‘다주택 꼬리표’ 떼기가 한창이다. 최근 청와대 인사를 보면 1주택 또는 무주택자이 중용의 기준이다. 실제 전날(12일) 내정된 윤창렬 사회수석의 경우 세종시 반곡동 아파트를 남겨두고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를 팔았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뉴스1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뉴스1

이미 내놓거나 처분 계획 세워

홍남기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는 지난 10일 기자 간담회 때 경기도 의왕 아파트(97.1㎡·6억1370만원)를 팔았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세종시 나성동 아파트 분양권만 갖고 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134.8㎡)와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아파트(135㎡,6억3100만원)를 갖고 있다가 15일 대전 아파트 매매 계약을 했다. 목동 아파트는 본인 명의, 대전 아파트는 남편과 공동명의로 돼 있다. 차관급 한 기관장은 서울과 경기도 성남에 집을 갖고 있는 2주택자인데, 둘 중 하나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주택자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차관급)의 경우 남편과 서울 용산구 후암동 아파트(166.6㎡,8억5600만원) 한 채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장관급)도 1주택자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전 위원장은 “공직에 입문하면서 실제 거주하지 않은 주택을 처분했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임현동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 임현동 기자

지난달 8일 나온 다주택 처분 권고 

지난달 8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고위 공무원에게 처분을 압박했다. 정 총리는 “고위공직자가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다면 정부가 어떠한 (부동산) 정책을 내놔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공직사회가 술렁거렸다. 하지만 이후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

총리의 압박이 경고처럼 보였지만 권고 수준에 머물렀다. 후속 조치가 없다. 총리실은 정부 부처에 2주택 처분을 지시하는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1~2급 공무원이 다주택을 처분하는지 알길이 없다. 어떤 부처에서 고위공무원 승진 심사에서 주택을 여러 번 사고 판 사실이 드러나 승진이 보류됐다고 한다. 또 청와대가 모부처 실장(1급) 후보자로 올라온 사람 중에서 2주택자가 있어서 부처에 후보 교체를 지시했다는 말이 돌고 있다.

공무원 중 정기적으로 재산신고를 하는 대상은 4급 이상이다. 하지만 관보를 통한 공개는 1급 이상만 한다. 2~4급은 재산공개 대상이 아니다.

4급 이상 공무원 8000명 이상

총리실 관계자는 “‘다주택 중용·승진 배제’ 방침이 알려지면서 앞으로 승진하려면 4급 이상 공무원도 다주택 처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겠냐”고 말했다. 모부처 1급 공무원은 “원래 공직자는 부동산을 사고 팔아서 이득을 챙기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게 돼 있다”며 “이제는 다주택자도 승진이냐 재산이냐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4급 이상 공무원은 8235명(국가공무원 일반직 기준)이다. 여기에 정무·특정·별정직을 더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이중 다주택자가 상당수로 추정된다.

최근 부동산 관련 정책을 다루는 부처와 산하기관의 고위공직자 3명 중 한명이 다주택자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기재부·공정거래위원회·한국은행 등 1급 이상 고위공직자 107명 중 39명(36%)이 다주택자였다.

세종시에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모습. 연합뉴스

세종시에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모습. 연합뉴스

적극 나선 부처 없어

정 총리의 압박이 권고 수준에 머물면서 부처별로 고위공무원의 상황을 쉬쉬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환경부, 권익위 등은 “총리실에서 공문이 오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여가부 관계자는 “총리실에서 고위공직자 재산처분 현황과 관련한 공문이 접수된 게 없다”며 “따로 현황을 파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부처가 개인 판단에 맡겨져 있다. 마음만 먹으면 4급 이상 다주택자는 금세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이재명 "연말까지 안팔면 인사 불이익" 

경기도와 대조된다. 경기도는 공직자의 다주택 처분에 가장 적극적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8일 실거주용 1주택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연말까지 처분하라고 지시했다. 4급 이상까지 포함해서다. 팔지 않으면 연말 정기인사 때 불이익을 주겠다고도 했다.

진작 다주택 현황파악도 마쳤다.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도 4급 이상 공무원과 산하 공기업 임원 332명 중 다주택자는 94명(28.3%)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경기도에서는 부동산 투기로 돈 버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야경. 프리랜서=김성태

정부세종청사 야경. 프리랜서=김성태

 세종=김민욱 기자, 백민정·천권필·남윤서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