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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 548명 신규 확진…정은경 우려하던 일 현실 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있는 가운데 16일 오휴 서울 성북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서울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있는 가운데 16일 오휴 서울 성북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14~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48명 쏟아졌다. 14일 103명, 15일 166명에 이어 16일엔 279명이 확진됐다. 사흘간 신규 환자 548명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환자가 462명으로, 전체의 84%를 차지한다.
 수도권 코로나19 유행이 눈앞에 닥치면서 방역 당국은 비상에 걸렸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17일까지 3일 연휴가 고비"라며 "앞으로 3~4일간 확진자가 400명 이상으로 올라가면 통제하기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수도권에 대유행 조짐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6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279명 늘어 누적 확진자가 1만5318명이라고 밝혔다. 신규 환자 279명은 3월 8일 367명 이후 161일 만에 가장 많다.
특히 사흘 간 신규 환자 548명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462명으로 80% 이상을 차지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서울 244명, 경기 201명, 인천 17명 순이다.

서울의 확진자 폭증은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발(發) 집단감염에 따른 영향이 크다. 방대본에 따르면 16일 낮 12시 기준으로 사랑제일교회 누적 확진자는 총  249명이다. 전날까지 59명이었는데, 하룻새 190명 늘었다. 사랑제일교회 교인은 서울·경기 등 전국에 분포해 있어 추가 확진 가능성이 크다.

방대본은 "7~13일 교회 방문 이력이 있는 교인 및 방문자는 자가격리하고, 신속하게 코로나 검사를 받아 달라"며 "조치에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보건 당국은 8일 경북궁 근처 집회(오후 2~5시) 참가자와 11~12일(오전 11시~오후 3시) 고양 덕양 화정역 서명부스 참가자에서 추가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방대본은 "해당 기간 집회 및 서명부스 운영에 참석한 사람 중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담임목사를 고발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하고 조사대상 명단을 누락ㆍ은폐해 제출하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전광훈 담임 목사를 오늘 중에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월 교회에 대한 명도집행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전광훈 목사.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담임목사를 고발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하고 조사대상 명단을 누락ㆍ은폐해 제출하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전광훈 담임 목사를 오늘 중에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월 교회에 대한 명도집행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전광훈 목사. 연합뉴스

경기도에서는 용인시 우리제일교회가 감염을 주도하고 있다. 16일 12시 기준 우리제일교회 누적 확진자는 126명이다. 전날 105명에서 21명(교인 17명, 지인 4명)이 추가됐다.

경기 파주시 스타벅스 파주야당역점 관련 확진자도 12명 추가돼 29명으로 늘었다. 용인시 죽전고·대지고 관련 확진자도 13명으로 늘었다.

방역 당국은 그동안 수도권 지역의 코로나19 유행을 가장 우려했다. 인구 2500만 명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코로나가 확산할 경우 폭발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14일 브리핑에서 "서울·경기에서 하루 만에 확진자가 배로 증가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수도권은 자칫 대규모 집단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며칠 새 정 본부장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2~3월 신천지 대구교회 사태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신천지 사태는 특정 감염원 봉쇄가 됐지만 사랑제일교회는 교인 외에 지방에서 올라오는 집회 참석자도 상당수"라며 "전국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도 "대구는 인구 300만 도시였지만 수도권은  인구밀도가 높고 이동량도 훨씬 넓다"며 "초기 대응을 잘 못하면 대구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며 지적했다.

실제 사랑제일교회의 경우 확산 속도가 빠르다. 13일 1명이 확진된 뒤 15일 59명, 16일 249명으로 급증했다. 사랑제일교회는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만큼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여는 것을 당분간 금지하기 한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문재인탄핵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여는 것을 당분간 금지하기 한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문재인탄핵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 당국은 17일 임시공휴일까지 연휴를 고비로 본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16일 브리핑을 갖고 “확산을 통제하지 않는다면 전국적인 전파, 환자의 급격한 증가로 심각한 피해가 야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사랑제일교회 교인과 15일 서울의 집회에 참석하신 분들 중 발열이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분들은 조속히 검사를 받아 달라"고 당부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도 15일 브리핑에서 "당분간 확진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리라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번 연휴 3일은 향후 국내 코로나19 발생의 운명을 가를 시금석"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방역수칙 준수 요청을 지키지 않은 혐의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를 서울지방경찰청에 이날 고발했다. 전 목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자격으로 15일 광화문 집회를 이끌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랑제일교회에 7~13일 방문자에 명단을 제출하고, 진단검사를 받도록 이행명령을 발동했지만, 교회 측이 전 목사를 명단에 제외했다"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 등 마스크 착용 않한 채 찬송

신천지 대구교회에 이어 이번 대규모 코로나 집단감염도 서울·경기 교회를 중심으로 터졌다.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찬송가를 부르거나 예배 후 식사한 게 전파 원인으로 추정된다.

서울과 경기지역에 대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된 첫날인 16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새에덴교회에서 성가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거리두기를 지키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과 경기지역에 대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된 첫날인 16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새에덴교회에서 성가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거리두기를 지키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연합뉴스

방대본은 사랑제일교회 관련해선 "지난 9일 폭우로 인해 실내 밀집도가 높아져 예배 시 신도 간 거리가 1m 이내로 매우 가까웠음을 확인했다"며 "이런 상태로 찬송가를 부르는 행위가 위험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경기 용인 우리제일교회는 예배 중 성가대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노래를 불렀고, 예배 후 식사, 평일 심방(가정방문 예배)을 지속했다고 밝혔다.

무서운 '조용한 전파'  

보건 당국은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조용한 전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남대문시장, 롯데리아, 커피숍, 학교 등에서 10명 이상씩 소규모  감염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최근 2주간(8월3일~16일) 신규 환자 952명 중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가 117명으로 전체의 12.3%로 올라갔다. 직전 2주까지는 6~7%대였다. 사랑제일교회, 용인 우리제일교회 집단감염도 아직 최초 감염 경로는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조용히 퍼지다가 교회, 시장처럼 밀폐, 밀접한 환경을 만나 감염이 확산되는 것"이라며 "크고 작은 소규모 감염이 수도권 일대에서 발생하는 것 자체가 위험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서울, 경기에 한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렸지만 내용을 보면 방역수칙을 권고한 수준"이라며 "종교시설 집합명령제한(대면 예배 금지) 등 보다 강화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월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월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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