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품안에 뛰어든다, 서울 한복판에 생긴 바다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2020.08.14 14:05

업데이트 2020.08.14 22:00

블랙박스로 만들어진 전시장 안에 실감 나는 파도를 구현한 에이스트릭트 멤버들. [사진 국제갤러리]

블랙박스로 만들어진 전시장 안에 실감 나는 파도를 구현한 에이스트릭트 멤버들. [사진 국제갤러리]

바다를 보기 위해 먼 길 떠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바다를 서울 도심 안으로 들여오면 어떨까?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시 번잡한 생각을 잊을 수 있다면?

국제갤러리, 에이스트릭트 개인전
코엑스 아티움 'WAVE' 선보인 실력
미디어 아트 새로운 가능성 제시

지금 서울에서 바다를 보고 싶다면,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 소리에 취해 보고 싶다면 삼청동 국제갤러리로 가봐야 한다. 지금 국제갤러리 3관(K3) 전시장에 바다가 들어왔다.  예술 작품이 된 초현실적 현실, 디자인업체 디스트릭트'(d'strict)가 선보인 대형 멀티미디어 설치작업 '별이 빛나는 해변(Starry Beach)'이다. 착시 현상을 이용해 입체감을 구현한 미디어 아트다.

코엑스 'WAVE ' , 한 발 더 나아갔다 

 Starry Beach, 2020, Multi channel projected installation with sound Dimensions.[사진 국제갤러리]

Starry Beach, 2020, Multi channel projected installation with sound Dimensions.[사진 국제갤러리]

 Starry Beach,2020 Multi channel projected installation with sound Dimensions variable.[사진 국제갤러리]

Starry Beach,2020 Multi channel projected installation with sound Dimensions variable.[사진 국제갤러리]

엄밀히 말하면 디스트릭트는 디자인 업체의 이름이고, 이번 작업을 한 아티스트 그룹의 정확한 명칭은 에이스트릭트다. 에이스트릭트는 약 70명의 디스트릭트 소속 크리에이터들의 그룹. 에이스트릭트는 현재 소속 멤버들부터  과거 회사를 거쳐 간 크리에이터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이자 브랜드로,  이번 전시는 디스트릭트가 미디어 아티스트 유닛 '에이스트릭트(a'strict)'를 만들고 처음 선보이는 전시다.

전시장엔 다른 작품은 없다. 이 대형 설치 작업 하나가 전부다. 밤바다로 변신한 갤러리 전시장 안으로 들어간 뒤 어둠 속에서 가로 길이 13m, 세로 길이 6m의 벽과 바닥을 타고 밀려오는 파도를 감상하면 된다.

이 작품을 만든 업체 디스트릭트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광장의 대형 LED 스크린에서 요동치던 파도 영상 'Wave'를 제작한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Wave'가 일으킨 돌풍의 여세를 몰아 상업적으로 해온 프로젝트와 별개로 자유롭게 미디어 아트를 창작하는 그룹을 결성했다.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는 "상업 디자인을 하면서도 그 결과물이 예술적 가치를 담아낼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됐다"면서 "우리가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위안을 줄 수 있다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 제한 없이 자유롭게 창작할 환경을 만들고자 미디어아트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어디까지 기술, 어디까지 예술? 

[사진 이은주]

[사진 이은주]

디스트릭트는 지난 10년 간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콘텐트를 기획하고 제작해온 회사. 이번 작품엔  8~9명이 참여했으며 제작에 약 4개월이 소요됐다.  실제로 바다를 찾아서 촬영한 이미지를 활용한 것은 아니다.  물의 특성을 반영하는 시뮬레이션 실험을 거쳐 컴퓨터 그래픽으로 파도치는 장면을 구현했다.

다만 파도 소리는 직접 녹음한 것을 물결의 리듬에 맞춰 재편집했다. 이 대표는 "관람객이 보게 되는 영상은 3분 "이라며 "그러나 관람자 입장에서 파도  패턴이 똑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으로 파도패턴을 다양하게 변주했다는 얘기다.  또 물결은 '탑 뷰( Top View)'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본 시점으로 구현했으며, 전시장 바닥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물결과 물의 움직임도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코엑스의 'WAVE '에 이어 이번 'Starry Beach'도 바다, 파도 등 물을 소재로 한 점이다. 이들은 왜 파도를 택했을까. 이 대표는 "복잡한 도시에 사는 관람객에게 도시와 대척점에 있는 자연, 그 중에서도 바다에 직접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파도를 선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9월 제주도 국내 최대 몰입형 뮤지엄 개관

디스트릭트는 코엑스에  'WAVE '를 선보인 뒤 해외에서도 숱한 러브콜을 받았다. 이 대표는 "현재 인력으로는 해외에서 몰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어 응할 수 없었다"며 "오는 9월 25일 제주도 애월에 국내 최대 규모의 몰입형 아트 전시장인 '아르테 뮤지엄(Arte Museum)을 연다. 이곳에서 자연을 주제로 미디어 아트 작품으로 강력한 시·청각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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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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