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서 요가하고 서점 가서 작품 보고···미술 공간이 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0.07.21 16:21

업데이트 2020.07.21 18:45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 K1 건물 3층에 마련된 피트니스 공간.  [국제갤러리]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 K1 건물 3층에 마련된 피트니스 공간.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 K1 2층에 마련된 다목적 룸.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 K1 2층에 마련된 다목적 룸. [국제갤러리]

'갤러리는 미술 작품만 보러 가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미술관에서 요가 수업을 하는가 하면 피트니스 공간까지 마련됐다. 미술관이 앞장서 예술과 대중들의 생활과의 거리를 좁히는 시도를 하고 나선 것이다. 예술이 생활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온 셈이다.

지난해부터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이 요가 프로그램을 줄줄이 시작했다. 지난 3월 미국 스미소니언 아메리칸 미술관 중정에서는 요가 강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열렸고, 앞서 지난 1월 노스캐롤라이나 미술관에서도 고전 작품들이 즐비한 전시장에서 요가 수업을 진행해 눈길을 모았다.

국내에선 상업 갤러리들이 나서 대중과의 접점을 늘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 한남동의 가나아트 나인원 갤러리는 주거단지의 상가에 둥지를 틀었고, 교보문고는 일찌감치 서울 광화문점과 합정점 등에 전시 공간을 마련해 갤러리를 운영해왔다. 2년 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지난 4월 새로 오픈한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는 기존의 카페와 레스토랑을 새단장한 데 이어 최근 갤러리 건물 안에 피트니스와 명상 공간까지 갖추고 재오픈했다.

문턱 더 낮추고, 더 가까이 

서울 한남동 '고메이 492 한남'에 입점한 가나아트 나인원. [가나아트]

서울 한남동 '고메이 492 한남'에 입점한 가나아트 나인원. [가나아트]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한 관람객이 시오타 치하루 전시작을 살펴보고 있댜.,[이은주 기자]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한 관람객이 시오타 치하루 전시작을 살펴보고 있댜.,[이은주 기자]

가나아트는 지난 4월 서울 한남동 고급주거단지 나인원 지하의 복합시설 '고메이 494 한남'에 문을 열었다. 카페와 레스토랑과 프리미엄 식품관 등 다양한 상업시설이 있어 항상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으로 들어간 것이다. 가나아트 나인원은 가나아트가 한남동에 마련한 두 번째 공간. 앞서 가나아트는 2018년 인근의 또다른 복합 시설 사운즈 한남에 '가나아트 한남'을 연 바 있다.

이정용 가나아트갤러리 대표는 "2년 전 실험적으로 사운즈 한남에 갤러리를 열고 반응을 보니 젊은 작가들과  컬렉터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면서 "접근성 좋고, 일상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곳을 오랫동안 물색해오다 이곳에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는 기존 가나아트 작가나 중장년 작가 등 묵직한 작가들 위주로 소개하고, 나인원은 동시대에 주목받고있는 해외 작가와 국내 작가들을 소개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이곳에선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와 연계해 일본 설치작가 시오타 치하루(49)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김민경 가나아트 나인원 큐레이터는 "이곳이 복합 건물이라 다른 목적으로 왔다가 우연히 들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면서 "관람객들은 작가와 작품 가격에 대해서도 편하게 문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힘을 빼고' 사람들에게 다가간 효과는 적중했다. 최근 이곳에서 '언 패시지(UN PASSAGE)' 전시를 마친 추상화가 하태임(47)의 작품은 20여 점이 팔려나갔다. 김 큐레이터는 "요즘엔 30~40대들이 그림 구매에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 이 공간을 통해 젊은 컬렉터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책도 보고, 그림도 감상하고 

현재 동양화 기법으로 팝아트 작업을 하고 있는 손동현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교보 아트스페이스. [이은주 기자]

현재 동양화 기법으로 팝아트 작업을 하고 있는 손동현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교보 아트스페이스. [이은주 기자]

손동현 작가의 개인전 '하더, 베터, 패스터, 스토롱거(Harder, Better, Faster, Stronger)가 열리고 있는 교보 아트스페이스 전시장. [교보문고]

손동현 작가의 개인전 '하더, 베터, 패스터, 스토롱거(Harder, Better, Faster, Stronger)가 열리고 있는 교보 아트스페이스 전시장. [교보문고]

교보문고는 '미술관을 품은 서점'을 꿈꾸고 2015년부터 서울 광화문점의 '교보 아트스페이스', 2017년부터 합정점의 '교보 아트월'을 운영해왔다. 서점에서 운영하는 갤러리여서 대충 모양만 갖추고 '그저 그런' 퀄리티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중견 화가 김선두를 비롯 정용국·정재호·정연두·안규철·전명은 등 내로라하는 중견 작가들이 이곳 전시를 거쳐갔다. 오는 9월엔 신장식 작가의 작품 5~6점도 소개할 예정이다. 신 작가는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장 정면에 걸렸던 그림('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을 그린 작가로 '김소월 탄생 100주년 문학그림전'에서 다른 작가들과 더불어 작품을 선보인다.

광화문점이 이미 미술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가들을 엄선해 소개한다면, 합정점은 서점의 통로 공간을 활용해 젊은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희진 교보 아트스페이스 큐레이터는 "일년에 한 번 열리는 손글씨대회 수상작 전시와 문학 그림 전시를 제외하곤 철저하게 기획 전시로만 운영한다"며 "목표는 서점 안의 작은 전시 공간이라는 선입견을 넘어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수준의 갤러리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갤러리의 가장 큰 장점은 종일 다양한 연령층이 책을 구매하기 위해 드나드는 곳이라는 점이다. 최 큐레이터는 "책을 사기 위해 서점을 들렀다가 우연히 작품을 보고 반해 '생애 첫 미술품 구매'를 한 소비자도 있었다"면서 "앞으로는 작품 판매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프스타일 제안까지 

서울 삼청동의 국제갤러리는 최근 K1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재개관하면서 건물 안에 피트니스와 명상 공간까지 마련해 눈길을 모았다. 2년간의 공사를 마친 건물은 기존의 카페와 레스토랑에 운동 공간까지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명상·요가 공간인 2층 다목적 룸과 3층에 자리한 ‘웰니스 K(Wellness K)’공간이다. 국제갤러리 측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하게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미술과 운동을 접목했다"면서 "요가와 피트니스는 갤러리의 오랜 고객인 아카데미 회원을 포함해 일반인에게도 개방한다. 줌바와 필라테스, 코어 스트레칭 등도 프로그램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반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은 '일상 속 미술관' 컨셉이다. 1층 카페엔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의 벽화 작업이, 2층 레스토랑엔 설치작가 양혜규의 블라인드 연작이 걸려 있어 일상 공간에서 예술 작품을 친근하게 만날 수 있게 한다. 국제갤러리 K1에서는 35년 전 45세에 요절한 추상화가 최욱경(1940~1985)의 전시가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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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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