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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실업자 114만…21년새 최악인데 홍남기 “고용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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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실업자는 21년 만에 최대로 늘었고, 취업자는 계속 줄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고용 상황이 매달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며 긍정적인 수치만 강조했다. 통계청은 ‘7월 고용동향’에서 7월 취업자 수가 27만7000명 줄어 5개월 연속 감소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 8개월(1~8월) 감소 이후 최장 기간이다. 15~64세 고용률도 66%로 1년 전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달 기준으로는 2013년(65.3%) 이후 7년 만에 최저다.

‘그냥 쉬었음’도 232만명 최다

실업자 수는 역대급이다. 113만8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7월(147만6000명) 이후 7월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외환위기 극복 후 한국에 실업자가 가장 많은 시기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실업률도 4%로 실업률 기준이 변경된 99년 7월 이후 최악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만든 고용절벽에는 아직 구명줄이 내려오지 않았다. 고객을 직접 대하는 숙박 및 음식점업의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2만5000명이나 줄었다.

현장은 아우성이다. 경기도에서 편의점 3곳을 운영하는 김모(49)씨는 10명이 넘었던 종업원을 1명으로 줄였다. 대학교 내에 있던 편의점 2곳의 문을 닫으면서다. 그는 “운영을 안 해도 임대료 외에 전기료 등 고정비용이 월 100만원씩 나간다”며 “대면 수업이 재개되더라도 종업원을 예전처럼 늘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자 감소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제조업(6월 -6만5000명, 7월 -5만3000명)도 불안하다.

실업률도 4.0%…정부 “지난달보다는 취업자 늘어” 긍정적 수치만 강조

수출 감소 폭이 지난달 한 자릿수(-7%)에서 이달 1~10일 23.6%로 다시 커졌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 현재 취업자로 잡혀 있는 일시 휴직자들이 대거 실업자로 쏟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판단은 다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 고용지표에 대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어렵지만 5월부터 고용 상황이 매달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는 점은 팩트”라고 밝혔다. 비상 시기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전년 같은 달 대비보다는 계절 요인을 제거한 전달 대비 취업자 수를 봐야 한다는 논리다. 홍 부총리는 “(계절 요인을 제거하고 전달과 비교하면) 5월 15만3000명, 6월 7만9000명, 7월 7만2000명으로 3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계의 이면은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실업’인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만2000명이 늘어 관련 통계를 집계한 99년 이래 가장 많았다. 이들은 구직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통계에서는 실업자로 분류하지 않지만 사실상 실업자로 볼 수 있다.

특히 비경제활동 인구 중에서 ‘쉬었음’으로 분류한 사람은 231만9000명으로 22만5000명 늘었다. 역시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안 좋은 수치다. 구직 단념자는 58만 명으로 5만5000명 늘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달, 전년과 대비해 둘 다 좋아졌다면 정부 분석처럼 고용 상황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전달 비교만 나아졌다면 여전히 전체 고용 상황은 안 좋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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