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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자루 열자 죽은 개와 산 개가 뒤섞였다…불법 안락사 의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남 보성의 한 동물보호소에서 개 수십 마리를 불법으로 안락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안락사한 유기견을 넣은 포댓자루 안에는 살아있는 개도 섞여 있었다.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동물보호소는 유기 동물을 보호하는 곳이다. 유기 동물이 일정 수용 범위를 넘어설 경우 안락사할 수 있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최근 현장 실태 조사 과정에서 보성 동물보호소에서 90마리의 개를 안락사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10일 해당 보호소를 방문 조사한 결과 ▶다른 개가 보는 앞에서 안락사를 진행했고 ▶마취제를 쓰지 않았고 ▶약물 투여를 진행한 뒤 완전한 사망에 이르렀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비글구조네트워크 관계자는 “트럭에 이미 안락사한 개 사체가 포댓자루에 실려 있었다. 사체 사이로 숨이 붙어있는 개도 있었다”며 “몇몇은 피가 맺혔고 변을 지렸는지 몸에는 변이 묻어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비글구조협회 측이 보성 동물보호소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한 안락사 약. [비구협 제공]

지난 10일 비글구조협회 측이 보성 동물보호소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한 안락사 약. [비구협 제공]

마취 과정에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개를 마취시킨 뒤 안락사 약(석시콜린)을 놔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긴 주사기에 박카스 병을 달아 놓은 것으로 봤을 때 약을 용량에 맞지 않게 넣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보성 동물보호소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 [비구협 제공]

보성 동물보호소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 [비구협 제공]

동물보호법 제8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 규정은 동물을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은 수의사가 동물을 안락사할 때 마취부터 한 뒤 심장정지, 호흡 마비를 유발하는 약제를 사용하거나 마취제를 정맥에 주사하는 과정을 차례로 밟도록 규정한다.

동물보호소 “합법 조치했다"

동물보호소 관계자는 “다른 동물이 볼 수 없게 보호소 바깥 도로 바깥에 놓인 차에서 안락사를 진행했다. 행정직원이 보는 앞에서 수의사가 약물을 투입했다”며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비글구조네트워크 측에서 부검한다고 사체를 가져갔으니 검사해보면 알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약물 투여를 진행한 뒤 완전한 사망에 이르렀는지 확인하지는 못했다”며 “모두 약물 처리했지만 단 한 마리가 약을 잘 듣지 않았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제대로 설명도 안 하고 사유재산지에 무단 침입해선 안 된다”며 “농사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유기견 100여 마리가 들어온 상황에서 합법적으로 안락사 절차를 밟았다”고 덧붙였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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