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이동재 공소장 보니…'한동훈 공모' 억지로 밀어붙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를 강요미수 의혹으로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가 공소장에 이 전 기자가 신라젠 취재 기간 중 한동훈 검사장과 수백 회 연락을 나눴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이후 협박 피해를 주장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측은 ‘검찰과 함께 하는 부분이 부정돼서 진행이 어렵다’는 문자 메시지를 이 전 기자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2~3월 한동훈과 집중 연락

'검언유착 의혹' 핵심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 핵심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연합뉴스

10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이 전 기자와 후배 백모(30) 기자의 23페이지 분량의 공소장에 따르면 올해 1월 26일부터 3월 22일 사이 이 전 기자는 한 검사장과 전화 15통, 보이스톡 3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 모두 327회에 걸쳐 연락했다. 이 전 기자는 1월 26일 이철 전 대표 배우자 명의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하면서 본격적으로 취재에 착수했고, 3월 22일 취재 상황이 언론에 포착되자 중단했다.

특히 검찰은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의 대리인 ‘제보자 X’ 지모 씨와 접촉한 시기에 한 검사장과 연락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적었다. 이 전 기자는 1월 26일부터 2월 말까지 한 검사장과 통화 9회, 보이스톡 1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 172회에 걸쳐 연락을 주고받았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취재가 어려워질 때마다 한 검사장과 연락을 한 점에도 주목했다. 지난 3월 6일 지씨가 ‘일의 진행이 더 이상 어렵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이 전 기자에게 보내자, 이 전 기자는 같은 달 10일 오전 11시 20분쯤 10분가량 한 검사장과 보이스톡 통화를 하고, 직후인 오전 11시 35분쯤 지씨에게 ‘논의한 부분에 대해 진전된 부분이 있으니 다시 만나자’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철 측 "약속한 부분 부정돼서 진행 어렵다"

하지만 수사팀은 그러면서도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과 공모했다고 뚜렷이 밝혀내지 못했다. 일각에선 오히려 3월 6일 지씨가 보낸 ‘약속한 부분(검찰과 함께 하는 것)이 부정되어 있어서 일의 진행이 더 이상 어렵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건 지씨도 검찰과의 ‘협조’가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월 말까지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과 집중적으로 연락했음에도 공모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전 기자가 실제로 검사들과 취재 연결고리를 만들어보려고 시도한 정황도 공소장에 담겼다. 이 전 기자는 2월 12일 대검찰청 공보관을 찾아가 “신라젠 관련해 취재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포인트로 취재를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한다”고 밝혔다. 2월 14일에는 신라젠 수사팀이 있는 서울남부지검 공보관을 만나 “신라젠 수사검사는 몇 명인지 궁금하다, 이 전 대표가 착복한 돈이 유시민 등 여권 핵심 인사에게 갔는지를 찾는 것이 목표다”라며 취재를 시도하기도 했다.

한동훈 검사장.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 연합뉴스

하지만 수사팀은 이 전 기자와 검찰 간부가 유착했다는 정황도 밝혀내지 못했다. 공소장엔 이런 얘기를 들은 공보관들이 수사 방향을 조언해줬다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공소장에 등장한 당사자들은 “이 전 기자에게 취재 방향에 대한 조언을 해준 적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결국 수사팀은 지난 5일 이 전 기자를 형법상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도 한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는 공소장에서 뺐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과 계속 접촉하면서도 공모에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문자 메시지가 드러냈는데도 수사팀이 무리하게 공모 방향으로 몰고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