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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처럼 뒤집힌 결과...'28개월 무승' 고리 못 끊어낸 리디아 고

중앙일보

입력

LPGA 마라톤 클래식에서 28개월 만의 우승에 실패한 리디아 고. [AP=연합뉴스]

LPGA 마라톤 클래식에서 28개월 만의 우승에 실패한 리디아 고. [AP=연합뉴스]

 "경기에 집중하고 무엇보다 즐기면서 경기하고 싶다."

지난 9일(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의 하이랜드 메도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3라운드를 마친 뒤, 4타 차 선두에 올라있던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최종 라운드에 임하는 각오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즐기면서 하고 싶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그러나 2년 4개월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가 부담스러웠을까. 최종 라운드에서 한때 5타 차 리드를 지켰던 그는 마지막 5개 홀에서 4타를 잃고 거짓말처럼 우승에 실패했다. 끝까지 물고 늘어졌던 대니엘 강(미국·15언더파)에 1타 뒤진 준우승(14언더파)을 거둔 리디아 고는 경기 후 "오늘은 나의 날이 아니었다는 걸 신이 자신의 방법으로 알려준 것 같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천재 소녀'로 불렸다. 10대였던 2012~2016년에만 LPGA 투어 통산 14승을 쓸어담았다. 이번에 참가한 마라톤 클래식에서도 2014년과 2016년에 두 번 우승했다. '천재 소녀'로 불렸던 건 대담한 경기 운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수를 하더라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끝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선수가 그였다. 그러나 2016년 리우올림픽 은메달 이후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던 그는 최근까지 4년 가까이 어려움의 연속을 겪었다. 특히 4년 동안 스윙 코치를 6명째 바꿨다. 데이비드 레드베터, 게리 길크리스트, 테드 오, 데이비드 웰런, 호르헤 파라다에 이어 최근 숀 폴리로 바꿨다. 어수선함 속에 우승과 거리가 먼 선수가 됐다. 현재 그의 세계 랭킹은 55위까지 처져있다.

LPGA 마라톤 클래식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카트 도로 옆에 두 번째 샷이 떨어진 리디아 고. 이 홀에서 무벌타 드롭을 했지만 5번째 샷 만에 그린에 공을 올린 그는 더블 보기로 대니엘 강에게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AP=연합뉴스]

LPGA 마라톤 클래식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카트 도로 옆에 두 번째 샷이 떨어진 리디아 고. 이 홀에서 무벌타 드롭을 했지만 5번째 샷 만에 그린에 공을 올린 그는 더블 보기로 대니엘 강에게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AP=연합뉴스]

리디아 고에겐 3라운드 4타 차 선두에 올랐던 이번 대회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2개로 2타를 줄였을 때만 해도 무난하게 그의 우승이 점쳐졌다. 그러나 이후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했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14번 홀, 16번 홀에서 보기를 기록했고, 대니얼 강이 1타 차, 턱밑까지 쫒아 올라왔다. 결국 18번 홀(파5)에서 뒤집혔다. 두 번째 샷부터 문제였다. 그린 옆 카트 도로 옆에 떨어져 드롭을 해야 했다. 이어 네 번째 샷은 경사진 러프에서 친 샷이 되려 굴러 내려가 벙커로 들어갔다. 5번째 샷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지만 홀과 2m 떨어진 만만치 않은 보기 퍼트를 성공시켜야 했다. 여기서 그의 퍼트는 홀 옆을 지나갔다. 침착하게 따라올라간 대니엘 강은 2주 연속 우승을, 반대로 리디아 고는 28개월 만의 우승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7월 다우 그레이트 레이크스 베이 인비테이셔널 공동 6위 이후 1년1개월 만의 톱10이었다. 하지만 4~5년 전의 강력했던 리디아 고의 모습은 아니었다. 스윙 코치를 바꾼 지 얼마 되지 않고, 조금 더 내려놓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그에겐 여러 가지로 뼈아픈 마라톤 클래식이었다. 리디아 고는 "결과는 아쉽지만, 이번 주에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 전반적으로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졌다. 트로피를 들어올렸으면 좋았겠지만, 2등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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