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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가 자체 암호화폐 발행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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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골드만삭스 ]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지난 6월 디지털 자산 부서 책임자에 매튜 맥더모트(Mathew McDermott, 사진)를 지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맥더모트 책임자는 2005년부터 15년간 골드만삭스에 몸 담은 베테랑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8월 6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실험 단계지만, 자사 명목화폐(FIAT) 토큰을 발행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신임 디지털 자산 책임자 맥더모트는 누구?   

매튜 맥더모트는 1996년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금융 베테랑 출신이다. 이후 2005년 모건스탠리를 퇴사한 후 골드만삭스에 입사해 현재에 이르렀다. 골드만삭스 재직 초기에 그는 유동성 메커니즘과 금융 리스크 관리 분야를 담당하면서 경험을 쌓아나갔다. 이는 그가 글로벌 유동성 프로덕트 책임자로 올라서는데 기여했다.

그가 유동성 책임자로 재직했던 시기는 2007~2010년 사이였는데, 이때 2008년 금융위기를 효과적으로 넘기면서 교차 자산(Cross Asset) 책임자로 승진한다. 교차 자산이란 기초자산들을 상황에 맞게 섞어서 투자자들에게 저위험 고이율 조합을 제공하는 상품을 일컫는다. 주식·채권·통화·펀드 등이 기초자산에 포함된다. 맥더모트는 2010년부터 10년간 해당 직을 맡으면서 골드만삭스 고객들에게 교차 자산 서비스를 제공했다.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투자자산에 대한 관심도 이 시기에 생겼던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비판했던 골드만삭스, 사실은 우호적이었다?

그동안 양대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불리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모두 암호화폐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JP모건 CEO(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은 2017년 “비트코인은 사기다”라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투자설명회에서 “비트코인은 포트폴리오 추가 대상이 아니다”라며 비트코인을 튤립 버블과 동일선상으로 보기도 했다. 그러나 JP모건은 2017년 말부터 비트코인에 대한 입장을 달리 가져갔으며, 2019년에는 자사 스테이블코인 JPM 코인 출시를 예고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최근까지만 해도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지배적인 것으로 비춰졌다. 불과 2달 전만 해도 최고 자산 운용 담당자가 공개적으로 비트코인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9년에는 디지털 자산 프로젝트 매니저를 공개 채용하고 은행 전망과 관련한 발표 영상에 ‘암호화폐 계좌’를 직접적으로 명시하기도 하는 등, 이중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이에 대해 한화자산운용 디지털 자산팀 한중섭 과장은 한경 비즈니스에 관련 칼럼을 게시하며 “개인적으로 골드만삭스의 이중적 태도는 계열사 간 소통 오류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곧, 내부 의견이 일치되지는 않은 상태지만 골드만삭스 주요 경영진의 생각은 암호화폐를 ‘거스를 수 없는 파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5~10년 안에 모든 자산이 블록체인으로 연결된 모습 볼 수 있을 것”

골드만삭스의 암호화폐 친화적 기조는 디지털 자산 책임자가 맥더모트로 바뀌면서 한 층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가 8월 6일 CNBC와 나눈 인터뷰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특히 “향후 5~10년 안에 모든 자산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연결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오프라인으로 처리되고 있는 일들이 블록체인으로 디지털화되면서 엄청난 효율성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부채·대출 시장은 물론, 각종 증권이 토큰화되는 과정이 블록체인 금융 혁신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레포 시장에 분산원장 도입 눈여겨보고 있다

맥더모트 책임자는 해당 인터뷰에서 블록체인이 거시 경제에 가져다 줄 영향뿐만 아니라, 자사에 분산원장이 도입되면 좋은 분야까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는 금융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레포 시장(Repo Market, 환매조건부 채권)에 주목했다. ‘레포’란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단기 채권을 팔아서 유동성을 공급받고, 만기가 되면 약속된 금액에 해당 채권을 되사는 것을 뜻한다.

맥더모트 책임자는 레포 시장을 눈여겨본 까닭에 대해 큰 시장 규모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금융 기관은 생각보다 단기 자금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으며, 레포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매일 1조달러 이상의 유동성이 공급된다. 둘째로는 ‘행정적 비효율성’을 언급했다. 그는 “레포 시장에는 복잡한 옛 프로세스들이 산재해 있어 효율성이 매우 떨어진다.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하면 시스템 전체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해서 표준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화를 통한 실시간 정산 시스템을 감안하면 훨씬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외에도 “대출 시장과 전반적인 금융 분야에서 분산원장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사 FIAT 토큰 발행 고려하고 있다

인터뷰 중 가장 파격적으로 비칠 수 있었던 내용은 ‘자사 명목화폐(FIAT) 토큰 발행’에 대한 언급이었다. 이미 JP모건이 JPM 코인을 통해 미국 달러 기반으로 자사 FIAT 토큰을 만들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골드만삭스 임원진이 이러한 발언을 직접적으로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로써 국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명목화폐 발행을 양대 메이저 투자은행이 사실상 공식 테스트하는 시대로 진입하게 됐다.

그는 “만약 디지털 토큰 실험이 성공한다면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며 “현재의 커스터디 회사처럼 미래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이 전통 회사들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자사 FIAT 토큰 발행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탐색 단계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위해 규제 당국과의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 규제 친화적으로 백서를 수정한 페이스북 리브라와 앞서서 디지털 토큰을 테스트한 JP모건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특히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디지털 토큰과 관련한 실험을 JP모건과 협업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몇 년 전 비트코인 불장 이후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은 개인 투자자에서 기관으로 옮겨갔다. 최근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암호화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듯하다”며 향후 시장 전망 역시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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