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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터진줄" 75년만의 버섯구름, 위력은 히로시마와 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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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폭발 현장의 사건 전후 위성사진. 왼쪽은 폭발 전, 오른쪽은 폭발 후의 모습이다. 폭발이 일어난 곳 주변은 건물이 사라지고 반경 140m 가량의 큰 구덩이가 생겼다. [플래닛랩]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폭발 현장의 사건 전후 위성사진. 왼쪽은 폭발 전, 오른쪽은 폭발 후의 모습이다. 폭발이 일어난 곳 주변은 건물이 사라지고 반경 140m 가량의 큰 구덩이가 생겼다. [플래닛랩]

75년 전 오늘인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역사상 첫 핵무기 '리틀 보이'가 일본 히로시마 상공 580m에서 폭발했다. 폭발력은 TNT 1만5000t수준. 폭심지 반경 2㎞ 내의 건물이 날아가고 7만여명이 즉사했다. 3일 뒤 나가사키에도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6일로 75주년 #베이루트 폭발력은 히로시마 10분의 1 #충격파는 20~30%, 10km 밖 유리창 파손 #위성사진엔 140m 반경 구덩이 생겨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상공에 피어오른 커다란 버섯구름은 원폭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이 됐다. 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에서도 유사한 버섯구름 형태가 나타났다. 폭발을 목격한 많은 현지인들이 "원폭이 터진 줄 알았다"고 했던 이유다.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 상공에서 폭발한 원자폭탄으로 인해 생긴 버섯구름(왼), 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폭발로 인해 상공에 올라온 버섯구름. [AP, 트위터]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 상공에서 폭발한 원자폭탄으로 인해 생긴 버섯구름(왼), 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폭발로 인해 상공에 올라온 버섯구름. [AP, 트위터]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만큼은 아니었지만 피해 규모도 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현재 베이루트 폭발 사망자는 135명, 부상자는 약 5000명으로 늘었다. 하마드 하산 레바논 보건부 장관은 현지 피해 상황을 이같이 집계하면서 "아직 수십명이 실종 상태"라고 전했다.

"베이루트 충격파, 히로시마 당시 20~30% 수준"

영국 셰필드대 앤드루 티아스 교수팀은 이번 베이루트 폭발 강도가 TNT 1500t에 달한다고 현지 매체 데일리스타를 통해 밝혔다. 폭발력 자체는 히로시마 대비 10% 수준이지만 측정 결과 충격파는 더 센 것으로 나타났다. 티아스 교수는 "(충격파가) 놀라운 수준"이라며 "히로시마 원폭의 20~30%에 상응한다"고 말했다.

충격파를 가늠할 수 있는 건 도시의 깨진 유리창들이다. 이번 폭발에 10km 바깥에 있는 건물 유리창도 파손됐다. 현장에서 7.3km 떨어진 주레바논 한국 대사관도 4층 유리창이 2장 깨지는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1945년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폐허가 된 히로시마 시내 모습. [AP통신]

1945년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폐허가 된 히로시마 시내 모습. [AP통신]

폭발이 일어난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의 5일(현지시간) 모습. [AFP=연합뉴스]

폭발이 일어난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의 5일(현지시간) 모습. [AFP=연합뉴스]

베이루트 폭발 원인으로 지목되는 질산암모늄의 규모는 1947년 미국 텍사스시티 폭발 사건 때보다 조금 더 많다. 당시엔 질산암모늄을 실은 배에 불이 붙으면서 연쇄 폭발이 일어났고. 580여명이 숨졌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는 약 2750t의 질산암모늄이 보관돼 있었다"고 밝혔다.

히로시마 폭발과 다른 점 

티아스 교수는 "베이루트 폭발은 핵폭발을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규모는 크지만 불행 중 다행인 건 '비핵' 폭발이라는 것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경우 핵폭발로 인한 방사능 누출이 장기적으로 인명 피해를 냈다. 하지만 베이루트의 경우 폭발과 충격파로 인한 피해 외에 추가 피해는 예상되지 않고 있다.

나잣 살리바 아메리칸대학 대기 분석 연구팀 교수는 "유독가스가 누출되긴 했지만 이미 공기 중으로 빠르게 퍼져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다"라며 "유독 가스 노출로 인한 피해는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현지 매체에 전했다. 티아스 교수도 "대부분의 부상 피해는 유리창 파손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4일(현지시간) 발생한 대형 폭발로 주변 지역이 초토화된 가운데 살아남은 두 남성이 폐허 속에서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4일(현지시간) 발생한 대형 폭발로 주변 지역이 초토화된 가운데 살아남은 두 남성이 폐허 속에서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만 폭발 현장 인근 건물들은 당장은 문제가 없더라도 '내상'이 생긴 상태라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레바논의 주택분석 책임자 나딘 베드카체는 "폭발 현장서 가까운 카란티나 지역은 저소득층이 많이 살고 건물 절반 이상이 낡은 상태로 향후 피해를 막기 위해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레바논 정부는 이번 폭발 원인으로 지목된 질산암모늄 부실 관리 책임 규명에 착수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레바논 정부는 5일 긴급 각료 회의를 열고 "군 지도부에 질산암모늄 저장 업무를 담당한 베이루트 항구의 직원 모두를 가택 연금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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