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에 거품이 잔뜩 낀 상황에서 분양가를 찔끔 낮춘 새 아파트가 나와도 주변 집값만 자극할 뿐이다.”
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정부 8ㆍ4 주택공급대책’에 대한 평가다. 정부는 이날 수도권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13만2000호 이상 규모로 주택을 추가 공급하는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신규택지 발굴로 3만3000호, 용적률 상향 및 고밀화로 2만4000호,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로 7만호, 도시규제 완화 등으로 5000호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경실련, 8·4 부동산 대책 비판
경실련은 이를 두고 “지금의 집값 폭등은 결코 공급 물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경실련은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50조 도시재생뉴딜, 수도권 3기 신도시개발, 용산정비창 부지 및 잠실 마이스 민자개발 등 대규모 개발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이 올랐다. 2017년 12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과 대출 특혜가 발표된 이후에도 집값이 급등했다”고 밝혔다.
과거 사례도 덧붙였다. 경실련은 “참여 정부에서 집값 폭등을 해결하겠다며 강남 송파 거여(위례)지구 등 10여개 신도시 개발과 5년간 1500만평 개발계획 등 공급확대 정책을 추진했다. 2기 신도시는 최근까지 분양을 진행하고 있지만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했다”며 “오히려 판교, 위례신도시 등에서 고분양가가 책정되면서 LH, SH 등 공기업과 건설업계만 수조원의 막대한 부당이득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실련은 “대책으로 발표된 26만호 중 서민을 위한 장기 공공임대주택은 일부에 불과하고 70%는 판매용 아파트”라며 “효과적인 공급책은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700만 채를 시장에 내놓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개발ㆍ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확대 역시 “재건축 사업에 따른 개발이익환수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공공참여형 재건축을 거론하려면 개발이익환수 장치부터 손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실련은 “23번째 공급 확대책은 서민을 위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공기업, 건설업계와 함께 투기를 조장해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선언처럼 보인다”며 “집값 상승과 투기 조장을 부추길 8·4대책 철회를 촉구하고 정책의 책임자인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과 홍남기 부총리 그리고 김현미 장관 교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