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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비웃는 파운드리 실적···대만·中 업체 몸값 치솟는다

중앙일보

입력

전 세계 주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잇따라 깜짝 실적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하반기에는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재고 조정에 나서면서 시장이 다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TSMC 주가 올해 저점 대비 75% 올라  

파운드리 시장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주가는 28일 435대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올해 저점(3월 19일, 248대만달러) 대비 75% 오른 수치다. 같은 날 대만 UMC는 뉴욕증시에서 전날보다 16% 오른 3.87달러에 장을 마쳤다. UMC의 주가는 7월 들어 40% 넘게 올랐다. UMC는 파운드리 시장 4위 업체다.

전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최근 1년 주가 추이

전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최근 1년 주가 추이

중국 SMIC, 상장 첫 날 3배 급등  

앞서 시장 5위인 중국 SMIC는 ‘상장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16일 중국 커촹반(과학혁신판)에 추가 상장한 SMIC의 거래 첫날 주가는 공모가(27.46위안)보다 세 배 넘은 95위안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70위안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 2위인 삼성전자의 주가도 최근 석 달 사이 15% 넘게 올랐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에서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다. 3위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즈는 비상장 기업으로 2022년에 기업공개(IPO)를 할 예정이다. 파운드리 시장은 상위 1~5위 업체가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SMIC 본사 〈SMIC 홈페이지 캡처〉

중국 상하이에 있는 SMIC 본사 〈SMIC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에도 탄탄한 실적이 몸값 끌어올려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의 몸값이 뛴 것은 실적 덕분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PC·노트북·서버에 들어가는 반도체 주문이 증가했다. 또한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한 대형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재고 확보와 5G 시장 활성화 등으로 대부분 파운드리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됐다.

TSMC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올해 2분기 매출액 103억8000만 달러(약 12조3700억원), 영업이익 43억8000만 달러(약 5조22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 영업이익은 72% 증가한 수치다. 아직 2분기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중국 SMIC 역시 올 1분기 사상 최대 매출(약 1조14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전 분기 대비 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업계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파운드리 시장 관전 포인트는

하반기 파운드리 시장 최대 관전 포인트는 TSMC의 독주 여부다. 올 2분기 기준 시장점유율 51.5%인 TSMC는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TSMC는 최근 퀄컴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865+’를 수주한 데 이어, 28일에는 수율(불량이 아닌 제품 비율)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인텔이 6나노 반도체 위탁 생산을 TSMC에 맡겼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TSMC의 올 3분기 매출이 자체 전망치(112억∼115억 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시장 점유율도 더 올라갈 수 있다. 다만, 인텔이 TSMC에 장기적으로 생산을 맡길지는 미지수다. 일시적인 수율 문제만 해결되면, 다시 자체 생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가 추정한 올해 2분기 주요 파운드리 업체 매출 및 점유율 〈트렌드포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가 추정한 올해 2분기 주요 파운드리 업체 매출 및 점유율 〈트렌드포스〉

인텔이 외주 생산 맡긴 TSMC 점유율 더 높일 듯  

SMIC는 TSMC와 거래가 끊긴 화웨이의 물량을 더 확보하면서 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추가 상장으로 확보한 8조원의 실탄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텍과 리얼텍, 삼성전자 등의 주문이 몰리면서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는 UMC 역시 하반기 호실적이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대형 고객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다소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이 삼성전자에 위탁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TSMC를 선택하면서 기대가 꺾였다. 다만 외주생산 확대 방침을 세운 인텔이 삼성전자에 GPU(그래픽처리장치) 등을 위탁할 여지는 남아 있다. 또 하반기에 5G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이미지센서(CIS)와 디스플레이드라이브구동칩(DDIC) 주문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 전체로 보면 하반기 전망은 불확실하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형 고객들이 재고 비축에서 재고 조정으로 전략을 바꾸면서 반도체 수요가 줄면 파운드리 매출도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점차 악화되는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충돌, 반도체 가격 하락 폭도 변수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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