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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후폭풍…"너희 나라로 가" 댓글 테러 당하는 탈북민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월북 전 김모씨가 한국에서 지낼 때 모습(왼쪽)과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 연합뉴스·뉴시스

월북 전 김모씨가 한국에서 지낼 때 모습(왼쪽)과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 연합뉴스·뉴시스

탈북민 김모(24)씨가 최근 월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탈북민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김씨를 지켜본 지인들은 성실했던 사람이라며 갑작스런 김씨의 월북에 놀라고 있다. 또 이번 일로 탈북민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다.

김씨, 한 달 전엔 "한국은 천국" 

김씨는 지난달 지인인 탈북자 김진아(가명)씨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횟수로는 네 차례(18·23·25·26일) 방송됐지만, 촬영은 두 번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진아씨가 끊어서 방송한 것이다. 김씨는 방송에서 “한국에 오니 좋았다. 천국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7년 6월 탈북 당시에 대해선 “북한이 나를 속였다는 걸 깨닫고 분통했다”라고도 했다. 가족이 북한에 있어 가명을 쓰고 얼굴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은 채 방송에 출연했던 그는 방송 말미에는 “시청자 응원에 힘이 난다”며 “더욱 북한을 적극적으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친구는 50명이 안 된다. 28일 지인 얘기를 종합하면 그와 연락이 끊긴 시점은 지난 17~18일쯤으로 추정된다. 성폭력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후다. 그는 지난달 12일 성폭력 피의자로 지목됐으며 9일 후인 21일에는 경찰에서 조사도 받았다. 이후 김씨는 수사가 진행되는 약 1개월 동안 임대아파트 보증금을 빼 환전하는 등 월북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지인 "힘들다더니 월북…충격"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 연합뉴스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 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지인 A씨는 “17일이 마지막 연락이었다. 연락이 안 돼 걱정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김진아씨의 차량을 가지고 잠적했다. 김진아씨에게 18일 오전 2시 “며칠 전부터 다 거짓말만 하고 모든 걸 속여왔다. 정말 죄송하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그의 휴대전화 전원은 꺼졌다고 한다.

그의 지인 B씨는 “나쁜 애는 아니었는데 이번 일로 마녀사냥당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마지막 연락 때 매우 힘들다고 하더라. 이유를 물어보니 설명하기 좀 그렇다고 했었는데 이번에 (성폭행 혐의·월북) 소식을 듣고 충격받았다”고 했다. 김진아씨는 그의 월북 소식이 알려진 후 진행한 지난 27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김씨가 연락이 안 되고 (북으로) 넘어가는 걸 봤다는 정보를 입수하면서 ‘멘붕’(멘탈 붕괴)이 왔었다”고 말했다. 또 “사기꾼도 아니고 뻔뻔한 사람도 아니다. 어리바리하고 어리숙해 보였다”며 “성실하고 나름대로 적금도 잘 들었다”고 덧붙였다. 한 시청자가 ‘김씨가 사이코패스였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하자 김진아씨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부인했다.

"탈북민 전체 비난하는 건 안타까워" 

27일 김씨가 거주한 경기 김포시 모 임대아파트 현관문에 우편물 도착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27일 김씨가 거주한 경기 김포시 모 임대아파트 현관문에 우편물 도착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김씨의 월북 소식에 탈북민을 향한 차별의 그림자가 짙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진아씨의 유튜브는 “너도 너희 나라로 돌아가. 난 진짜 북한이 치가 떨리게 싫어” 등과 같은 악플이 달리고 있다. 김진아씨는 유튜브를 통해 “(김씨 월북으로 인해) 탈북민 비하가 많아졌다. 저로 인해 이렇게 된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김씨와 같은 사람이 열심히 살아가는 탈북자에게는 해를 끼칠 것 같다. 분별해서 응원해달라”는 말도 남겼다.

한국에 정착한 지 7년 됐다는 한 탈북민은 “김씨 월북 이후 마음이 뒤숭숭하다”며 “죄가 있다면 죗값을 받았어야 했는데 옳은 선택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일로 탈북민 모두를 비난하는 시선이 안타깝다”며 “한국에 정착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정신적 허무감 속에서 (성폭행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자 김씨가 그런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경찰보다 한 발 앞선 김씨 행적. 그래픽 김은교 기자

경찰보다 한 발 앞선 김씨 행적. 그래픽 김은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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