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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박원순 의혹, 진정없어도 국가 인권위가 직권조사하라"

중앙일보

입력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를 지원하는 여성단체들이 2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직권 조사를 촉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들은 이날 인권위 앞에서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촉구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고소 사실 유출 경위 등 의혹 전반의 직권 조사를 요구했다.

피해자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인권위는 피해자의 진정 없이도 직권조사가 가능하다"며 "인권위에 직권조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직권조사 요청서에는 피해자가 진정을 통해 판단 받으려 했던 사실관계가 모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통상적으로 진정서를 접수한 뒤 이를 검토해 조사한다. 하지만 전정이 없어도 필요성이 인정되면 직권 조사에 나설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진정이 아니라 직권조사를 요청한 이유는 피해자가 주장하는 범위를 넘어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개선할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제도 개선 권고를 하도록 요청하기 위해서다"라며 "이 사건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여러 가지 부분이 있다. 인권위의 해당 사안 조사와 제도개선 권고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개인적 진정에 의한 조사가 아니라, 성추행 의혹 조사의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대표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사회 변화를 만드는 첫걸음"이라며 "인권위는 어떠한 편견이나 망설임도 없이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여성단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권위에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제출했다. 요청서에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성추행 의혹과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 의혹, 서울시의 피해자 구제 절차 미이행, 고소 사실 누설 경위 등 의혹 전반에 대한 진상조사와 제도개선 권고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2차 가해에 대한 국가·지자체의 적극적인 조치와 공공기관 기관장 비서 채용 과정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실태조사, 성범죄를 비롯한 선출직 공무원의 비위에 대한 견제조치 마련 등 제도개선 요구들도 담겼다.

이날 공동행동에는 여성단체 활동가와 일반 시민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여성의 존엄을 상징하는 보라색 우산을 들고 서울시청 광장에서 인권위 앞까지 행진했다.

서울시는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여성단체 등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진상조사단 구성을 추진했다. 하지만 여성단체들이 서울시가 주도하는 진상조사를 거부해 조사단 구성이 철회됐다. 서울시는 피해자 측이 인권위에 진정서를 내면 인권위 조사에 협조한다는 방침이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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