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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공주의 슈바이처' 임헌무 원장

중앙일보

입력

"청진기를 만질 힘만 있으면 진료는 계속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

충남 공주시 중동 명구의원 임헌무(林憲茂)원장은 내년이면 꼭 90세(1912년생)가 된다. 하지만 그는 요즘도 여전히 하루에 환자 30~50명을 진료한다.

공주가 고향인 그는 연기중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인 의사가 운영하는 공주시내 병원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의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50년 독학으로 한의사시험에 합격한 뒤 52년 경성제국대 의대 보습교육(3년)을 받고 양의(洋醫)가 됐다.

주로 공주시 의당.우성면 일대에서 농촌 주민을 진료하던 그는 의사면허제도가 시작된 61년 정식 의사면허를 취득, 공주 지역 개인병원 1호인 명구의원을 개원했다.

개원 당시부터 그는 공주 전역의 초.중.고.대학교 촉탁의사를 맡아 최근까지 학생 무료 진료활동을 해왔다.

줄곧 자전거를 타고 하루에 2개교씩 순회진료를 해온 그는 "시골길이 험해 타이어가 펑크난 자전거를 끌고 십리길을 걸을 때도 허다했다" 고 말했다.

그의 진료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한밤 중에라도 주민들이 진료 요청을 하면 자전거를 타고 달려간다. 그러나 환자로부터 진료비를 꼭 받아내지는 않는다.

형편이 어려운 환자는 무료로 진료해 준다. 지난해 의약분업 때는 공휴일과 일요일에도 정상진료했다. 때문에 주민들은 그를 '공주의 슈바이처' 라 부른다.

그는 8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불우이웃 네가구에 3천여만원을 지원했다. 97년에는 지역 한학자에게 자신의 건물 2층을 무료로 임대해줬다.

이곳은 현재 청소년들에게 천자문과 명심보감을 가르치는 공부방으로 쓰이고 있다.

신경통과 감기환자 치료를 잘하기로 소문난 그에게는 대를 이어 찾아오는 환자도 많다.

주민 임순규(42.여)씨는 "어릴 적부터 다니던 명구의원에 자식들도 다니고 있다" 고 말했다.

林원장의 장남 명수(65)씨는 치과의사고 4남 동수(39)씨는 한양대 의대 교수. 또 큰 손자(28)도 서울대 치대를 나와 3대가 의사다.

그는 "찾아오는 환자가 있는 한 진료를 계속 하겠다" 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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