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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송삼현 남부지검장 사의 표명…라임 수사 차질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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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삼현(58·사법연수원 23기) 서울남부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송 지검장의 사퇴로 라임자산운용 사건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송 지검장이 최근 조남관 검찰국장(55·24기)에게 사표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이 2019년 7월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이 2019년 7월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 지검장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호남 지역 명문으로 통하는 순천고를 졸업했다. 한양대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 출신이 즐비한 법조계 내에선 비주류로 분류된다. 그는  '특수통'이기로 하다. 수원지검 특수부장 당시 안산시장과 오산시장을 구속하고 용인시장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취임 당시 여의도 금융가와 국회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을 맡기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후배 검사들에게는 균형 감각이 뛰어나고, 수사를 맡은 주임검사와 충분히 토론해 납득할 만한 결론을 내는 성격으로 평가는 받는다. 검찰 안에서 드문 '학자형' 중국 전문가로 꼽힌다. 2008년 홍콩 언론인이 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초 전기(傳記)인 '시진핑 평전'을 번역·출간했다.

송 지검장의 사퇴는 법무부가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과 동기인 23기 검사장들에게 사퇴 압박을 가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23기 중 일선에서 수사를 맡은 지검장들이 대상이었다. 송 지검장 외에도 이성윤(58) 중앙지검장, 이정회(54) 인천지검장, 송삼현(58) 남부지검장이 있다. 이 중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성윤 지검장은 반대로 고검장 승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송 지검장의 사퇴로 윤 총장은 더욱 고립무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 지검장이 총대를 멨던 라임 수사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남부지검은 지난 23일 친노 핵심으로 꼽히는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사하을 지역위원장을 구속했다. 김봉현(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8000여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배임수재)다. 김 전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의 배후 전주로 알려진 인물이다. 사건의 엉킨 실타래가 풀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 책임자가 물러나게 된 것이다. 라임은 청와대 실세와 친문 핵심들이 배후세력으로 지목되는 사건이다. 지검장의 결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건이다.

라임자산운용 사건 피해자들이 지난 6월 30일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이 손해액을 100% 배상해야 한다고 금감원의 계약취소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라임자산운용 사건 피해자들이 지난 6월 30일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이 손해액을 100% 배상해야 한다고 금감원의 계약취소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재경지검의 한 검찰 간부는 "정권의 의사에 반하는 수사를 하면 옷을 벗어야 한다는 공식이 생겼다. 송 지검장 후임으로 친정부 검사가 오면 수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다"고 말했다. 검찰의 다른 간부는 "인사로 '검찰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 정권에 아첨하는 검사들만 남으면 살아있는 권력은 아무도 수사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송 검사장의 사의 표명으로 공석인 검사장 자리는 9곳이 됐다. 최근까지 서울동부지검장, 부산고검과 대구고검, 광주고검, 대전고검의 차장,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6곳이었다. 21일 김영대 서울고검장(57·사법연수원 22기)과 양부남 부산고검장(59·22기)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의 공석이 8석으로 늘어났다가 또 1곳이 추가된 것이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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