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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사퇴 석달…최측근 복귀했지만 피해자는 숨어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9일 오후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오거돈 전 부산시장(오른쪽) 엄벌 및 2차 가해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부산 성폭력상담소의 한 활동가가 피해자 입장문을 대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1]

지난 9일 오후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오거돈 전 부산시장(오른쪽) 엄벌 및 2차 가해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부산 성폭력상담소의 한 활동가가 피해자 입장문을 대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1]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한 지 석 달이 됐지만 피해 여직원은 여전히 일터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여직원 측은 “성추행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데다 부산시청 내 직장환경이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성추행 파문' 오 전 부산시장 4월 23일 사퇴 #피해자 “복귀하고 싶지만 여건 안돼” 휴직중 #경찰 수사 90일째 지지부진…검찰 송치 예정 #오거돈 최측근 신진구 보좌관 재임용 ‘논란’

 피해 여직원을 돕고 있는 부산성폭력상담소 서지율 상담실장은 23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피해자는 하루라도 빨리 일터로 복귀해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를 바라고 있지만, 피해자가 복귀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 여직원은 지난 4월 23일 오 전 시장이 사퇴한 후 휴직계를 낸 상태다.

 최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불거진 후 부산성폭력상담소는 더욱 세심하게 피해자를 돕고 있다고 한다. 서 실장은 “피해자가 박 전 시장 사건으로 심리적인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피해자의 상태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피해자는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는 지난 6월 9일 공개한 3차 입장문에서 “제 사지를 찢어 불태워 죽이겠다는 분을 비롯해 이번 사건을 음란물 소재로 이용한 분들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며 “제 잘못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안은 짐이 너무나 크다”고 말했다. 이날 피해자는 성폭력특례법 위반, 명예훼손, 정보통신법 위반, 모욕 등 혐의로 2차 가해자 15명을 부산경찰청에 고소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6월 2일 오전 부산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영장 실질심사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해 입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6월 2일 오전 부산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영장 실질심사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해 입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해당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30명을 투입해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90일째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증거 부족과 진술 미확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 전 시장에 대해선 지난 5월 28일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지난 6월 2일 기각당했다. 경찰이 그로부터 40일 뒤인 지난 7일 부산시청과 정무라인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자 ‘보여주기식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경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경찰이 구속영장을 재신청하기 위한 증거 수집을 이유로 압수수색을 할 수는 있다”며 “그게 아니라면 오 전 시장이 사퇴한 지 70일이 지나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첫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오 전 시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권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은 “수사 내용이 방대해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이 인정한 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수사는 이미 마무리됐다”며 “시민단체와 야당에서 고발한 공직선거법 위반, 권한남용, 또 다른 성추행 의혹 등을 수사하느라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룡 부산경찰청장 역시 지난 20일 열린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일체의 은폐나 좌고우면 없이 철저히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만간 오 전 시장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시민단체에서 제기한 의혹 수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곧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추행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측근인 신진구 대외협력보좌관이 사직서를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하자 지난 5월 18일 부산시청 로비에서 공무원 노조가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성추행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측근인 신진구 대외협력보좌관이 사직서를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하자 지난 5월 18일 부산시청 로비에서 공무원 노조가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한편 이런 상황에서 오 전 시장의 최측근인 신진구 전 대외협력보좌관이 오는 27일 재임용된다. 신 전 보좌관은 지난 4월 말 사직서를 제출했다가 5월 초 사직서를 철회하고 부산시로 복귀했다. 전문임기제인 신 전 보좌관의 임기는 지난 10일까지였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최근 “신 전 보좌관을 재임용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노조가 반발했지만, 변 권한대행은 인사를 강행했다. 신 보좌관은 오는 27일부터 내년 4월 말까지 대외협력보좌관으로 근무한다.

 부산성폭력상담소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변 권한대행이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신 전 보좌관을 재임용한 것”이라며 “피해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만큼 이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오거돈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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