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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기업 성범죄 예방 분주···구청장 직통 신고전화도 놨다

중앙일보

입력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권력형 성범죄 신고를 내 휴대전화로 받겠다.” (조은희 서초구청장)

“성희롱·성폭력 축소·은폐를 사전 차단하겠다.” (울산시 관계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가 불거진 후 지자체나 기업들이 ‘직장 내 성희롱 방지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경기 광명시는 성희롱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서울 서초구는 성희롱 신고 구청장 직통 전화를 개설하는 식이다. 특히 박 전 시장 피소 사건에서 서울시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이 같은 논란에 휩싸이는 걸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구청장에게 바로 신고’ 등 대책 잇따라

서초구가 지난 21일 발표한 직장내 성추행 방지 대책. [서초구 제공]

서초구가 지난 21일 발표한 직장내 성추행 방지 대책. [서초구 제공]

서초구는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구청장의 휴대전화로 직접 피해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서초구는 지난 21일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가 직접 조은희 서초구청장에게 피해신고를 하도록 하고, 피해자의 고충을 심의하는 전문기관 ‘서초 Me2(미투) 직통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성희롱·성폭력 예방·대응 매뉴얼’도 함께 마련했다. 직원의 외모나 사생활을 언급하지 말고, 지위를 이용해 사적 만남 등을 지시·강요하지 말라는 지침을 담고 있다.

옴부즈맨 제도를 신설하거나 신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지자체도 있다. 울산시는 지난 22일 성희롱·성폭력 고충 처리 옴부즈맨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김혜란 울산 동구 가정·성폭력 통합 상담소 소장 등 외부 전문가를 위촉해 직장 내 발생하는 성희롱 피해 상담과 조사를 맡길 방침이다.

이에 앞서 광명시는 지난 21일 지자체 최초로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화나 내부망 게시판을 이용한 기존 신고시스템은 피해자 익명성 보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주시도 피해자의 익명성 보장을 위한 온라인 상담·신고 창구를 개설해 기존 성희롱 방지대책을 강화했다.

“성희롱 예방 맞춤형 컨설팅도 늘어”

지난 5월 부산시소방재난본부가 간부 98명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예방 특별교육을 하고 있는 모습.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지난 5월 부산시소방재난본부가 간부 98명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예방 특별교육을 하고 있는 모습.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지자체뿐 아니라 기업도 직장 내 성희롱 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 소재의 한 성교육 업체는 “최근 들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견적을 묻는 전화가 예전보다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남녀평등고용법 13조는 사업주에게 매년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 교육을 실시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또 다른 교육 업체는 “과거엔 단순히 강의식 성희롱 방지 교육을 했다면 요즘에는 각 조직 문화 특성에 맞는 성희롱 방지대책을 위한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컨설팅을 원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조직문화 개선 위한 지속적인 점검 필수”

서울시가 지난 2018년 배포한 성희롱 예방 대책 자료. [서울시 홈페이지]

서울시가 지난 2018년 배포한 성희롱 예방 대책 자료. [서울시 홈페이지]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시 내에 마련돼 있는 성희롱 방지 매뉴얼은 모범적인 사례로 꼽힐 정도였지만, 실제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1~2년 단기책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으로 잘못된 성관념을 바로잡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대외협력 본부장은 “단순히 제도를 만든다고 오랫동안 이어져 온 조직 문화가 바뀌는 건 아니다”라며 “각 조직의 특성별로 필요한 성희롱 방지 대책도 다른 만큼 예방책을 만든 후 잘 시행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끊임없이 수정·보완해야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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